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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독자매

방금 홍콩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by 타박네 2011. 1. 26.

 

 

나를 볼 때마다 가몬팁이 늘 하는 말 두 가지가 있었으니

그 중 하나는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러 가자는 것,

또 하나는 노래방에 가자는 것이다.

그 두 가지 다 썩 내키는 제의는 아니어서 미루고 미뤘었다.

쌀국수는 내 입에 그다지 맞지 않을 듯 해서고

노래방 역시 불편하기 그지없고 

두통유발,시끄럽기만한 공간일 뿐인 까닭에.

 

오늘 점심,

거의 대갓집 부엌에나 걸렸음직한

가마솥 크기의 냄비 가득 나온 해물 칼국수 3인분을

파롱이와 나, 둘이서 용감무쌍하게,

무식하게 무찌르지만 않았어도,

그래서 배 고플 때의 불쾌함과 흡사한

뱃가죽 폭발 직전의 짜증스런 기분만 아니었어도

절대로 노래방엔 가지 않았을 거다.

배 꺼트리자고 연천 공설운동장에서 뛰자니

오늘따라 무릎 관절이 더 삐그덕 거리는 데다

살을 에이고 뼈를 긁는 북풍이 몰아치는 날 어설피 나대다간 

배불러 동사한 시신 한 구로 발견되기 십상이겠다...

생각하고 있던 그 때,

그 절묘한 타이밍에 노래방 얘기가 다시 나왔다.

가자 까짓꺼!

 

노래방 노래방~~ 하도 노래를 부르기에

정말이지 카수 뺨치게 잘 하는 줄 알았다.

아,물론 신세대 답게 최신곡과 분위기 있는 발라드는 많이 알고 있더만.

그래도 목청이 좀 작아 그렇지 춤은 좀 되는 파롱이.

내가 한 곡 쫘악 풀어 놓으니 다들 기죽었나?

그야말로 오늘 그분은 내게 강림하셨다.

 

각종 모임에서 노래 얘기가 나오는 그 순간부터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던 나,

여기서도 독서하냔 비야냥을 들어가며 노래 목록집만 열나 뒤적이던 나,

남들 화장실 갈 때 가방 지켜주고 음료수 주문해 주는 일로 존재의 가치를 느끼던 나,

마지못해 박수치다 손바닥 얼얼해질 쯤 주워든 탬버린으로 허벅지만 두들기다

퍼렇게 멍들어 오던 나,

기어이 한 곡조 뽑으란 예의상 성화에 나름 18번지인 '님그림자'로

오뉴월 서리내린 들판마냥 분위기를 일순간 서늘하게 만들던 나.

 

오늘은 다르다.

완전 방금 홍콩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카수 패티타박이다.

 

 

 접신의 순간~

 

 노래를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정말 아는 노래가 많다.

주로 구슬픈 발라드라서 그렇지.

가몬팁 숙제~

다음 노래방 갈 때까지 트로트 뽕짝 다섯 곡 연습해 오기!

 

학교 다닐 때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점수 1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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