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천국
봄날은 간다
타박네
2015. 2. 28. 20:37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는 어불성설이다.
사실은 이렇게 말해야 한다.
사랑이 어떻게 안 변하니? 몸과 인문학 / 고미숙 78쪽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내게 묻는다면
반문하겠다.
사랑이 왜 변하니?
사랑은 변하지 않는데 상황이 변하는 것이고
사람이 변하는 것일 뿐.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못한 제 잘못을 사랑에 뒤집어씌우지 마라.
사랑에 대한 모독이다.
마음이 허기진다하여 아무 정이나 주워 먹지 마라.
그것은 마치 망망한 바다를 떠돌다 갈증난다 해서
당장 눈 앞에 있는 바닷물을 퍼마시는 꼴.
목젖을 타고 흘러든 그 소금물은 끝내 제 창자를 태우고 말것이다.
흘러온 세월만큼 변했으나 돌아보면
붙박이장처럼 아직 그자리에 있는 사람이
사랑이라고 부디 말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봄날이 가고
여름이 오고 가을에 이르렀을 때
한시절 찬란하게 푸르렀으나
어느덧 퇴색한 마른 잎처럼 서걱대는 너와 나,
영글어가는 열매들이 눈부신 가을햇살을 받아 단맛 머금도록
지나는 바람 한줄기를 따라 하르르 떨어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