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최근들어 풀씨 동생들 관심을 끌고 있는 분야가 심리학이다.
모임이 있을 때마다 심심찮게 심리서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개인적 인간관계든 사회든 불통에서 비롯된 답답함과 울화가
그만큼 큰 이유일 수도 있겠다.
백전백승의 목적이 아니라 이해와 소통을 위해서라도
너를 알고 나를 알 필요는 있어 보인다.
한동안 에니어그램의 지혜란 심리서를 요령처럼 들고 다니며
지인들을 상대로 설문 테스트를 한 뒤 선무당 노릇하는 재미에 빠졌었다.
그것도 잠시, 밑천 딸리니 금새 시들해졌다.
아주 기본적이기는 하나 지역센터에서
체계적으로 공부를 좀 해보지 그러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천성이 표 안 나게 게으른 나로서는
시간 맞춰 집을 나서는 일부터가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무엇보다 인생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이게 옳다 저건 그르다 하는
남의 충고 듣는 거 엄청 싫어한다.
그래도 아주 가끔 안 듣는 척 하면서 살짝살짝 훔쳐 듣기는 한다.
미움받을 용기.
요즘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책이다.
베스트셀러를 무작정 신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변 지인들의 입에 자꾸 오르내리니 호기심을 자극한다.
들어는 본 적 있는 프로이트, 융과 더불어
심리학의 3대 거장이라 불린다는 알프레드 아들러.
오랜 시간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한 작가가
한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 형식을 빌어 쉽게 풀어쓴 심리서다.
미취업자 통계자료에 숫자 하나를 더하고는 보따리를 싸 집에 들어온 뒤
상대적 빈곤감으로 의기소침해있는 딸이 보면 딱 좋겠다 싶어
미니에게 빌린 이 책을 공부하는 책상 위에 슬쩍 올려두었다.
엊그제 돌려줄 때가 된 것 같아 좀 읽어봤느냐 물었더니
그다지... 하며 말끝을 흐린다.
대신 며칠 전 구입해 단숨에 봤다는
카린 지에벨의 심리추리소설 <그림자>를 내놓는다.
정말 재밌다며 한번 보란다.
번개모임 건으로 한바탕 카톡방이 시끄러웠던 오전,
도서관 가는 딸 앞세워 카페에 들렸다.
커피 한 잔 마시자마자 딸은 연천행 버스를 타러 나가고
나는 덩그러니 남았다.
딱히 할일도 오라는 곳도 보고픈 사람도 없는데다 번
개는 언제 내리꽂힐지 기약도 없다.
노느니 염불한다고 돌려줄 요량으로 가방에 챙겨넣었던 책을 꺼내 읽었다.
카페 구석자리 불편한 의자에 구부정한 자세로 시간반쯤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뻐근해온다.
실땅님이 근무하는 정형외과 물리치료실로 자리를 옮겨
치료를 받으며 마저 읽었다.
글 속 화자인 청년처럼 납득하기 어려워 반문하고 싶은 부분이 적잖이 있긴 했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글도 많다.
내 책이 아니니 밑줄을 긋거나 플래그를 붙이지는 못하겠고
조용한 시간에 다시 훑어볼 생각으로 몇몇 페이지를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신이여,바라옵건대 제게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늘 구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 라인홀드 니버의 평온을 비는 기도 -
특별히 마음에 남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