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네 2015. 3. 25. 07:55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길 가운데 서있다.

그들은 모두 박제된 것처럼 한결같이 무표정하다.

저만치 그리웠던 얼굴이 보인다.

머리 위에 빛바랜 꽃 한다발을 이고 미끄러지듯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그 자리에 못 박힌듯 서서 안타까이 다가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텅빈 동공은 앞을 향해 열려있을 뿐이다.

그리고 무심히 스쳐 지나간다.

소리쳐 한 번 불러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보내고 나는 남았다.

눈은 있으나 동공이 없는 사람들이

그저 앞을 향해 어디론가 걸어가는 길 가에 주저앉아

저 밑바닥 슬픔까지 토해내며 울었다.

이런 거였구나.

잊혀진다는 것.

그 먼 세상이라해서 다를 게 없다는 것.

비관을 넘어 이제 나는 허무주의자가 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