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Book소리

잡동사니

타박네 2015. 6. 19. 11:20

 

    

   '너의 전부를 잃느니 반쪽이라도 갖겠다' (영화, 글루미 썬데이)와

     '사람이 사람을 소유할 수는 있어도 독차지할 수는 없다.

     그것은 내가 정사를 통해 배운 것 중 하나다.

     그럼에도 어떻게 해서든 독차지하고 싶다면,

     원치 않는 것들까지 포함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소유하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남편의 여자 친구들이라든지...'(잡동사니, 27쪽)라는 이 말의 차이를

     한참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다.

     마침내 나는 반쪽을 갖는 것과 원치 않는 것 포함 모든 것을 다 소유하는 것은

     같은 말이라는 결론을 냈다.

     

     일찍 시작된 더위와 창궐하는 전염병 무서워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근래 내가 하는 생산적인 일이라고는

     콧구멍만한 주방에서 코딱지만큼 음식 만들어내는 일 말고는 없다.

     가끔 이제는 더 이상 그 어디에도 쓸모가 없는

     잉여인간이 되버린 듯한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몸 건강 챙기는 게 나가서 돈 버는 것보다

     경제적 효율성이 높은 일이라고 가족들은 말하지만

     납득이나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능력 있는 청년들의 취업도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인 세상에서

     환갑 다된 아줌마 받아주는 직장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나마 있음직한 힘으로 하는 일은 부실한 척추와 관절염에 치명적일 테고

     판매같은 서비스업은 드런 성질머리가 걸리고...

     에라이~ 엎어져 책이나 보는 수 밖에.

     지난 주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피오나가 책 두 권을 사들고 왔다.

     딴에는 머리 터지는 공부를 하고 있다보니

     가볍게 술술 읽히는 것으로 골라온 모양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잡동사니'와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

     이 책들 덕분에 한 사흘 시간 잘 떼웠다.

     잡동사니를 읽고나자 피오나가 그 책 어때? 하고 묻는다.

     막장! 것도 개막장.(신성한 노동의 현장을 저속한 표현에 써먹어 죄송하다)

     크큭 웃으니

     그래? 그런 건지 모르고 샀는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그건 만약에 이 책을 드라마로 만들어 방송한다면 하고 가상했을 때

     욕하면서 챙겨본다는 막장드라마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스토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막장의 3요소 중 출생의 비밀과 불치병,이 두 가지가 빠졌음에도

     불륜 하나만을 가지고도 참 맛깔나게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의 글재주에 반하긴 했다.

     읽다보면 살아오며 학습된 도덕성이 어느 샌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아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공감하게 된다.

     마치 스톡홀름 신드롬처럼.

     그래도 다시 한번 나지막이 외쳐본다.

     사랑이라면 모름지기 다 던지고 다 감당할 수 있어야 해.

     그게 아니라면 사랑이라고 떠벌리며 사랑을 더럽히지 말라.

     같이 죽기 아니면 살기.

     도 아니면 모.

     부르짖어 봤자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 뿐.

     사랑 따위보다 무릎 파스나 초코렛 한 조각이 더 간절한 나이에 

     연애소설이 다 무어냐 싶은 게...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