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잎 더하기 울금
같은 노란색 계열의 칡잎과 울금을 섞어 염액을 추출했다.
짙고 연하고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풀과 나뭇잎의 기본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노란색은 흔하다.
문제는 얼마나 착색이 잘 되는가와 견뢰도에 있다.
견뢰도란 염색한 천이 햇빛이나 체액,(땀이나 침 등)
세탁이나 마찰에 의해 손상,탈색하는 정도를 말한다.
내가 알고 있는 한 변치 않는 천연염색은 거의 없다.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옅어진 빛깔은
또 그 나름의 멋과 매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희끄무리해지거나
부분적으로 얼룩이라도 생기면 거지발싸개가 되기 십상이다.
화학염색에 비해 선호도와 경쟁력에서 밀리는 이유이기도 하고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실용성과 대중성을 우선으로 치지 않는다면
천연염색은 그것을 즐기는
그네들만의 특별하고도 고급진 취향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연의 빛깔로 땀을 닦고 몸을 감싸 추위를 견디고
그 순한 기운으로 마음까지 따숩게 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 또한 하고 있다.
다같은 노랑이라도 치자와 울금에 비해
양파껍질이나 메리골드,칡의 견뢰도가 우수하다.
경험상 그렇다.
그 근본 이유를 알자면 식물 색소성분에 대한 심도있는 공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하루에도 뇌세포가 일억 개씩 죽어나가는 이 마당에
공부는 가당치 않은 짓이다.
놀이로 즐기던 일이 공부가 되는 순간 확 엎어버리는 수가 생긴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나로서는 무식한 방법만이 최선이다.
지장산 자락엔 아직 칡잎이 푸르다.
엊그제 좀바위솔 보고 내려오는 길
한 움큼 따 칡줄기로 묶어 달랑거리며 들고 왔다.
한 때 너무 많이 써먹어 식상할까 안 하려 했지만
오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하자.
일석이조,일타쌍피 song~
산에 가서 예쁜 꽃 보고 염색재료도 얻으니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돈 줍고~ 얼씨구 절씨꾸~
칡잎과 울금, 짬뽕 국물이라 해서 별다를 바 없는 노랑.
해서 오늘은 기본색이라 할 수 있는 명반매염은 생략한다.
옥사. 동매염2회 철매염2회
여타 노란색 계열의 염료에서 나오는 색상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동매염과 철매염 그라데이션 실크스카프
같은 방법의 울혼방 스카프
울스카프를 주문하신 고갱님, 이건 어떤가요?
실제 둘렀을 때의 색상이 제법 멋스럽습니다.^^
장난삼아 과녁도 한번 만들어 봤다.
철매염 3회에도 불구하고 면, 노랑의 의지를 꺽지 않는다.
횟수를 거듭해도 처음과 다름이 없다.
은은하고 소박하고 겸손한 노랑이다.
세상에 존재하기나 할까 싶은 처음과 끝이 한결같은 사랑이 있다면
이런 빛깔이지 싶다.
당연 견뢰도도 최상일거라 믿는다.
믿지만 장담은 못 한다.
색상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