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와 풍경
동막골 오전 11시
타박네
2016. 3. 18. 17:44
등산객 두 사람이 혼자 왔느냐 묻는다.
혼자라는 말 대신 이 동네 산다고 했다.
걷던 방향쪽을 가리키며 저 위에 마을이 있어요? 한다.
골짜기 깊은 곳에 마을이 있을 리 없다.
표내지 않으려 애썼지만 눈치빠른 사람이라면 대번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겁 먹은 얼굴이었기에 말이라도 느긋한 척 내질러 본 것 뿐이다.
사실 차를 몰고 구불구불한 길을 달려 어찌어찌 가긴 했지만
꽃자리까지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아래 골짜기는 인적이 없어 무섭고 절 맞은편 산길은 사람이 무섭다.
차를 되돌리려던 때마침 남녀 산객을 만난 것이다.
내심 얼씨구나하며 두 사람 뒤를 졸졸 따라갔다.
꽃밭에 다다르자 그들이 어디로 사라졌거나 말거나 마냥 좋기만 하다.
그새 이리도 예쁘게 피었구나!
바위에 걸터앉아 숲을 깨우는 바람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