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3
각종 채소 모종과 야생화 씨앗까지 종류로 치자면
수십 종은 족히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 빈 고랑이 남아있어요.
번식력이 강한 여러해살이 꽃이 뭐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차마 잡초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온 밭을 뒤덮을 태세로 맹렬히 영역을 확장해가는
고들빼기나 엉겅퀴 명아주같은 것들을 무찌르고도 남을 만큼
강력한...뭐 그런 거.
꽃동무님이 야생화 씨앗을 주셨습니다.
귀하디 귀한 것이라 흙에 영양제를 듬뿍 뿌려줬어요.
물론 씨앗 뿌릴 때마다 곧바로 숟가락 명찰 꽂는 것,
잊지 않았습니다.
뿌린대로 나는 법이겠지요?
여러 해 묵은 씨앗이라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장한 비 내리고 나자 다투어 올라옵니다.
그 중 수레국화가 가장 탐스럽습니다.
지나던 동네 어르신도 감탄을 하시더군요.
꽃 감상을 제대로 하자면
저 빡빡한 상황부터 어찌 해결해야 할 듯 싶습니다.
홍화와 쪽을 뒤섞어 심어놓은 고랑에도 무언가 솟아나고 있긴 합니다.
길가에서 제초제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뭐였더라?
아무튼 꽃 피면 알겠죠.
덩굴성 식물이라 담장 옆에 자리를 마련해줬습니다.
다음 주엔 지지대를 세워 묶어야겠습니다.
대추토마토는 색깔별로 골고루 심었어요.
열리지도 않은 걸 와서 따먹으라 동네방네 소문부터 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토마토 농사는 기필코 성공해야 합니다.
상추,첫 수확을 했습니다.
혼자 먹기에 많은 것 같아 근처 친구집 문을 두드렸는데 마침 없더군요.
그대로 들고 오길 잘했어요.
퇴근하는 실땅님 불러들여 남편과 셋이서 남김없이 먹어치웠거든요.
삼겹살 없어도 기막혔어요.
들기름에 구운 새송이버섯이랑 두부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호미질하며 뽑아냈건만 아직 이 지경입니다.
살자고 퍼렇게 아우성인 저들을 힘으로 이겨먹을 재간은 없어요.
오후 '풀씨'모임이 있었습니다만
이제 풀자만 들어도 거품 물고 넘어갈 판입니다.
포기는 배추 셀 때 말고 이럴 때 써야하는 거 아닌가...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