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일기17

타박네 2016. 10. 5. 21:49

 

벼르던 땅콩수확을 했습니다.

마른 줄기를 두 손으로 움켜쥐자 다리기 선수가 된듯 팽팽한 긴장감에 가슴이 뜁니다.

하나 둘 셋! 힘껏 당겼어요.

마법을 부린 것처럼 다글다글  땅콩들이 쑥 올라옵니다.

손가락을 타고 오르는 그 묵직한 충만감은 태공이 월척을 낚았을 때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손맛,기막힙니다.

얼떨결에 딸려나온 지렁이는 다시 땅 속에 묻어주고 살살 흔들어 흙을 털어냈습니다.

햐아! 많이도 달렸어요.

더러 덜 여문 것도 있지만 대체로 알이 단단해 보입니다.

겨우 모종 열 개 심었을 뿐인데 한 알 한 알 따 모으자니 것도 힘키는 일이라고

앉아서 따다가 서서 따다가 허리가 아파 아주 용틀임을 했습니다.

기대하고 챙겨간 소쿠리에 가득 차진 않았지만 좋이 한 말은 되지 싶네요.

그깟 거 심어 누구 코에 붙일 거냐며 콧구멍에서 김 빠지는 소리를 내던 실땅님과

소쿠리 둘러메고 나서는 등 뒤에서 많이 캐오라 응원해주신 어르신들과

삶은 땅콩 좋아하는 남편과 딸아이,친구들,동생들과 나눠 먹기에 부족하지는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