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다시 텃밭일기

타박네 2017. 4. 12. 09:31

      상추와 대파 모종을 들고 가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뭘 모를 때는 용감할 수 있었으나 이제 저는 알거든요.

      이 고요한 땅은 물귀신처럼 집요한 풀들에게 곧 점령당할 겁니다.

      세상에 잡초란 없어라든가

      어울렁 더울렁 풀들과 더불어 먹고 사는 세상이라고 풀어대던

      낭만적인 썰은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솔직히 말할까요?

      벌써부터 불쑥 불쑥 솟아오르는 저 퍼런 서슬에 겁이납니다.

      지난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텃밭의 풀들은 감당못할 제 천적이었습니다.

      딱 걸린 첩년 머리채 쥐어뜯듯 움켜쥐고

      죽자사자 씨름을 했으나 번번이 나가떨어진 건 저였지요.

      결국 오른팔에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병원 들락날락하며 겨울 다 보내고 다시 새봄.

      발등 깨지게 내리쉬는 한숨소리를 듣다 지친 남편이

      올해는 본인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테니 걱정말라 하더군요.

      어쩌면 덕분에 손에서 호미는 내려놓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걱정까지 내려놓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 겨우 백일홍과 메리골드를 구별하는 남편에게

      공단풀이며 여우주머니가 벼룩나물, 쇠비름과 뒤섞여 자라는

      꽃밭을  무턱대고 맡길 수는 없습니다.

      군데군데 민들레 무더기가 탐스럽습니다.

       액젓으로 간해 새콤달콤 무치면 싸브름한 맛이 일품이죠.

       가뜩이나 좋은 입맛 큰일났습니다.

 

      마른 대궁 곁에 고려엉겅퀴(곤드레나물) 싹들이 속속 올라옵니다.

      지난 해 그대로 두었더니 키가 하늘을 찌를 기세였죠.

      올해는 연할 때 채취해 묵나물이라도 만들어둬야겠어요.

      자꾸 잘라내면 키를 낮출 수 있겠죠.

      볏짚 한 단 얻어다 사이사이 깔아둘 겁니다.

      알이 작아 먹잘 건 없겠지만 그대로 썩혀 버리는 짓은 안 하려구요.

     출입문 바로 옆에 명자나무를 심었습니다.

      백장미 두 그루,산수국도 근처에 자리잡아 주었죠.

      앵두나무,대추나무,매화나무, 블루베리도 적소에 터를 잡았습니다.

      텃밭이 슬금슬금 과수원화 되고 있습니다.

      케세라 세라~

 

      검정 그늘막을 밭고랑에 덮기로 했습니다.

      풀은 막고 물은 스민답니다.

      더 버텼다가는 남은 한쪽 팔도 제물로 바쳐야겠기에 비겁한 타협을 하게 됐죠.

      이왕 하는 거 한 고랑도 남김없이 싹 덮어버릴 참입니다.

      저 너풀거리는 거나 어찌 해결해야 할 텐데요.

      유모차에 의지해 골목을 지나던 어르신 한 분이

      철망을 붙들고 서서 저희들 하는 꼬라지를 구경하시더군요.

      참을 만큼 참아보셨는지 기어이 한말씀 하십니다.

      잔소리 같지만 내 오늘은 한 마디 해야겠수.

      네, 하세요 어르신.

      저기 저 마른 고춧대는 진즉에 태웠어야지 뭐에 쓰자고 치쌓아 놓나 그래?

      여기 드럼통 잘라놓은 거 보이시죠?

      조만간 솥단지 하나 걸고 태울거에요.

      답답해 보여도 조금씩 배우고 있으니 이해하세요.

      전문 농사꾼이 아니라서 그래요.

      대충 뜻이 전달 됐는지 인사로 그러시는지 고개를 주억거리십니다.

      하지만 걸음을 옮기기 전 한말씀 더하는 건 잊지 않으셨죠.

      농사꾼 아닌 거야 지난 해 봐서 알고!       

      산림조합에서 나무시장 개장을 했습니다.

        확인하지 않아 정확한 기간은 잘 모르겠어요.

        대략 3월 말경부터 4월 중순까지 열린다 합니다.

        종류도 다양하지만 가격이 참 착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