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1
이런 행운이 있나요?
분명 공단풀로 알고 심었는데 소래풀이었어요.
돋아난 새싹을 보고는 의아스럽긴 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공단풀 잎은 아니었거든요.
여느 봄꽃과 달리 성장속도가 빨라 밤새 한뼘씩은 자란듯 합니다.
보라유채,제비냉이라고도 부르는 소래풀의 꽃말 역시 참 좋네요.
넘치는 지혜,변함없는 사랑,치유.
지난 해 꽃동무님 블방에서 본 이 보랏빛 군락은 무척 매혹적이었죠.
해서 염치불구하고 씨앗을 부탁드렸습니다.
올 가을 잊지 않고 받아주시겠다 했는데
이제 그 수고로움을 덜어드릴 수 있겠습니다.
소래풀 번식력이 이렇게 왕성한 줄 알았다면 바로 옆에 명자나무를 심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하긴 뭐 명자나무가 아니더라도 양철문 바로 옆 손바닥만한 화단은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지난 해 터잡은 참나리와 노랑나리를 비롯해
엊그제 화원에서 사다 심은 금낭화와 금꿩의다리 등등이 오밀조밀 붙어 있죠.
너른 밭고랑 놔구고 한귀퉁이에 이 무슨 궁상이냐 하지만 꽃들에겐 이만한 명당이 또 없지 싶네요.
너무 땡볕도 아니고 담벼락이 바람도 막아주고요.
무엇보다 호미질 하는 틈틈이 잠시 허리펴고 쉬는 자리가 바로 이 꽃밭 옆이거든요.
어여쁜 것들을 가까이 두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죠.
금꿩의다리 한 포기에 천오백 원.
금낭화도 이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화원에 가보니 야생화 모종이 참 많이 나와있더군요.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꽃소풍 대신
비교적 덜 까다로운 야생화 모종이나 구해 가꿔볼까 합니다.
비 소식이 있는 아침,부리나케 달려가 당근씨 뿌리고 머위와 취 뿌리를 심었습니다.
단비가 스며들고 있을 채소밭 꽃밭을 생각하며 행복한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