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보스턴

타박네 2017. 12. 4. 09:31

      퀘백 시내 관광을 마무리하고 버스에 올라 장장 일곱 시간 이상을 달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캐나다 미국 국경에 도착했습니다.

      며칠 전 뉴욕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시끌벅적하게 들리고

      평소 티비 월드뉴스에서 본 미국의 강력한 경찰 공권력 행사 장면이 떠올라 살짝 긴장했죠.

      의외로 국경 통과 절차는 수월하게 넘어갔습니다.

      나라가 바뀌었지만 풍경은 별다를 것 없었습니다.

      광활한 대지와 습지 그리고 큰 강과 숲이 다시 보기 필름처럼 한동안 더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간혹 마을과 도시를 지나기도 했습니다.

      작은 마을은 마치 망망대해 떠있는 섬처럼 외로워 보이기도 했죠.

      퀘백에서 출발해 보스턴에 도착할 때까지 줄곧 깨어 있었습니다.

      차창밖으로 스쳐 지나는 비슷비슷한 풍경들 속에서 무언가 새로운 걸 찾기 위해서는 아니었어요.

      미래의 풍경들이 달려와 과거로 사라지는 그 순식간의 일들이 마치 마법같고 꿈같아서

      유명 관광지의 건물을 감상하는 것보다 오히려 지루하지 않고 훨씬 더 재미있었습니다.

     

      다람쥐는 어디에도 많았습니다.

       작고 귀여운 우리 다람쥐에 비하면 두세곱절 커서 처음엔 청설모인가 했어요..

       저만치 검은 동상으로 일행들이 우루루 몰려가 기념사진을 찍을 때

       저는 이 다람쥐 하는 양을 지켜 보며 놀았죠.

       하버드대학 교정입니다.

 

 

    존 하버드 동상입니다.

     뜻밖에도 설립자가 아닌 투자자라고 합니다.

     사후 많은 재산과 장서를 기부했다는군요.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천한 대표적 사례를 이국의 대학 교정에서 봅니다.

     동상의 발끝을 만지면 본인이나 자손이 하버드대학에 입학한다는

     신빙성 없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나 봅니다.

     사람들이 다투어 구두에 손을 대고 기념 사진을 찍더군요.

     오죽하면 끝이 닳아 금빛으로 반짝입니다.

     제주의 돌하루방 코를 갈아 마신다거나 남근석에 손을 대면 아들을 낳는다 믿었던

     우리네 풍습이 여기까지 흘러든 건 아니겠지요?

     옵션으로 젊음 되돌려 주고 하버드에 합격시켜 준다해도

     공부라면 치떨리므로 저는 상상조차 안 할 거구요.

     물론 전능하신 그분도 가치 없는 상상은 안 하시겠지만.

     하나뿐인 딸 꿀꾸리양도 이미 사회인이 되었으므로 하버드의 꿈은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문제는 기약없는 미래의 자손인데...잠시 갈등은 했습니다.

     저 무리 속으로 들어가 미래의 자손에게

     전답문서 대신 하버드 축복이라도 남겨줘야 하나 하구요.

     결론은 늘 버킹검이죠.

     꿈 꾸는 것과 기도는  자기 스스로 하는 걸로!

    

 

 

     보스턴 시내 횡단보도 앞에 성직자들과 시민들이 동그랗게 모여 서있습니다.

      걸인과 사람들간에 알아듣지 못할 대화가 한창이더군요.

      노인이 들고 있는 작은 피켓과 동전이 담긴 종이컵만 아니었다면 무슨 퍼포먼스줄 알았을 겁니다.

      가장 낮은 곳의 소리를 크게 듣고 있는 성직자와 사람들의 모습,감동이었죠.

      하나의 직업으로 홈리스를 자처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찬 바닥에 무릎을 꿇은 노인입니다.

 

      복합 쇼핑몰 퀸시 마켓

 

 

 

     퀸시 마켓이 유독 기억에 남는 건 이 클램 차우더(샤우더) 때문입니다.

      시장 구경에 앞서 가이드가 추천한 메뉴 중 하나죠.

      다른 하나는 랍스터 롤.

      다 먹을 수가 없으므로 고른 하나가 부드러운 크림스프였어요.

      땅과 바다,고향이 다른 식재료인 감자와 조갯살이 크림 속에서 온순합니다.

      이번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제일 먼저 내뱉은 말이 두번 다시 먼 여행은 하지 않겠노라였죠.

      며칠 뒤 '비행 마지노선 다섯 시간 이하면 재고의 여지 있음'으로 조금 수정되긴 했지만요.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클램 차우더는 현지에서 한 번 더 맛보고 싶습니다.

      컨디션 난조로 줄창 굶다시피 다닌 여행길에서

      한인식당 된장찌개와 더불어 그마나 달게 먹었던 음식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