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국립미술관
백악관,국회의사당,링컨 기념관,한국전 참전 용사비,워싱턴 기념탑.
워싱턴의 주요 관광 코스입니다.
과연 미국 정치 일번지답습니다.
여행 열흘 일정 중 아흐렛날이고 다음 날 오전 미우주항공박물관 관람을 남겨두긴 했으나
사실상 마지막 날입니다.
벼락치기 시험공부하는 학생마냥 뒤늦게 모범적인 관광객 흉내를 내봅니다만
피로도는 이미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었죠.
삼시세끼 잘 차려진 밥상 따박따박 받아 먹으며 다니다 보니
사육당하는 것 같다며 우스갯소리 하시던 분이
관광과 다이어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제가 부럽답니다.
오죽하면 여북하더라고 밥상이 아니라 젯상 바라보듯 했던 심정,이해불가였을 겁니다.
이번 여행으로 분명해진 게 몇 가지 있는데요.
아침에 눈만 뜨면 집 나갈 궁리부터 하는 거릿귀신 치고
활동 범위에 있어 매우 소극적이라는 것.
많이 보는 것 보다 자세히 보는 것에 훨씬 더 흥미가 있다는 것.
사람 좋아하지만 사람 많은 자리는 불편하다는 것.
나이들며 까칠하고 뾰족하던 성정이 봄날 물안개 같아졌노라 줄창 떠들었지만
실상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
따라서 혼자 노는 게 제일 속 편하다는 것.
워싱턴 국립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Art )
이곳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루벤스,고흐, 고갱,마네 등 고전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서관입니다.
피카소,몬드리안 등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된 동관과 조각공원까지 미술관은 그 규모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보유한 작품 숫자도 엄청나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희귀한 작품들도 많더군요.
마음같아서는 미술관 옆에 텐트라도 치고 이박삼일 머물고 싶었습니다.
꼭 보고 가야할 작품 중 하나,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지네브라 데 벤치의 초상'
전시장은 조용하고 자유롭습니다.
40여점 된다는 고흐의 자화상 중 하나가 이곳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보행보조기에 의지해 관람을 즐기시던 백발의 할머니 한 분이
제게는 그 어느 작품보다 감동적이었어요.
방을 옮길 때마다 두세 번은 더 마주친 것 같습니다.
불편한 걸음과 달리 그림 앞에 선 모습은 여유롭고 편안해 보였죠.
한 이십 년쯤 더 살면 대략 저 모습일까 가늠해봤습니다.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류시화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 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고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며
사려깊으나 시무룩하지 않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지 않으며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으로 날아가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무엇에 의지하든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것을 찾아 다닐 수만 있다면...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