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딸이 있는 세상

타박네 2010. 2. 26. 19:43

 

 

우리 피오나가 스물두 번째 생일을 맞았다.

피오나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휑~ 나가버렸고

남편은 내일이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고.

케이크에 촛불은 물 건너 갔다.

하자고 들면 일은 많겠지만 넋 놓고 앉으니 적적하다.

김연아의 금메달 수상 장면을 보며 질금질금 울다가

늦은 점심으로 미역국에 밥 한 술 말아 먹고는

오랜만에 앨범을 뒤적여 보았다.

태어나서부터 중학교 입학 때까지 전부 아홉 권.

피오나가 중학교 다닐 무렵 부터였던가.

너나 없이 디카로 사진을 찍어 컴퓨터에 저장하기 시작하면서

더이상 앨범이 필요없게 되었지만

추억을 꺼내 보는 데는 아무래도 고전적인 앨범만한 게 없다는 것이

변치않는 내 생각이다.

흘러가버린 세월 만큼 빛바랜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태어나고 나이들어 가는 사진속 인물처럼 애잔하다.

어쩔 수 없는 골수에 사무친 아날로그형 인간이다. 

피오나가 태어난 지 6일 째 되던 날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근심스러운 15개월 무렵

아빠가 퇴근하면 자전거에 타거나 등에 업혀 동네 한 바퀴~

이 때부터 오직 아빠사랑이 시작됐다.

개울에서 빨래놀이

등 기댄 바위가 간지럼 태우는 거 같다고.

할머니가 저녁 준비를 하시는 옆에서 운 좋게 얻어낸

채소를 장난감 칼로 썰며 앗싸라비아 신이난 피오나.

한참 동안이나 씽크대를 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저녁 식사가 많이 늦어졌지 아마.

아빠가 냉장고 박스로 만들어준 티코 자동차.

우리 티코 있다! 자랑하고 다녀 정말 자동차 뽑았냐는 인사를 많이 들었다.

초등학교 입학식

춥다. 애기 옷 단단히 입혀라,

기쁨 보다는 걱정이 앞서셨던 어머니.

결혼하던 날보다 더 설레고 긴장이 된 나도

입학식이 열리기 며칠 전부터 잠을 설쳤다. 

 

어느덧 나에겐 친구가 제 아빠에겐 연인이 된 피오나.

생일 축하해, 그리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