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5월 텃밭

타박네 2018. 5. 18. 22:08

  작약과 수선화 무스카리 다알리아를 심으며 올해는 이걸로 끝내야지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 지랄같은 마음 밑바닥에 앙금처럼 찹찹하게 가라앉은 흰금낭화,

  딱 이거 하나만 더,

  진짜 마지막으로.

  꽃이 좀 시들면 가격이 떨어질까 살금살금 보던 눈치를 접고

  차에서 내려 곧장 흰금낭화 화분으로 직진,

  이거 주세요!

  마치 단 한순간도 가격때문에 갈등 해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커다란 검정 비닐봉투에 담긴 묵지근한 화분을 들고 텃밭 쪽문을 들어섰을 때

  개선장군이라도 된 양 가슴이 벅찼다.

  

 

 

 

 

 

 

 

 

  잎 겨드랑이에 깨알같은 씨앗이 콕콕 박힌 걸 보니 참나리.

  이번에도 기다리던 건 안 나오네.

  두루미천남성,자리를 잘 잡았노라 주신 분께 보고드립니다.

 

    용담 주신 분께도요.

    풀인 줄 알고 하나 뽑아버리긴 했으나 아직 남은 게 많으니 이해하시겠지요.   

   냉해를 입어 다 죽었던 감자는 거의 부활 수준으로 살아났다.

   반면에 잎 먹는 들깨 모종은 이번 장마같은 봄비에 대부분 녹아버려 전멸 상태.

   똥구더기에 씨앗 묻는다는 호박은 거름기 없는 밭 한가운데 심었고

   거름 듬뿍 준 고랑에 영양제까지 뿌려 고구마를 심었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커다란 고구마를 수확하는 꿈도 꾸었다.

   하지만 젠장!

   고구마는 거름 좋아봐야 잎 좋은 일만 한다나?

   이제와서 치사스럽게 뽑아낼 수도 없고...참.

   지금 알고 있는 걸 조금 더 빨리 알았어야 했다.

   그저 땅에 심고 물 주고 힘 닿는 대로 풀만 뽑으면 되는 줄 알았건만

   뭐가 이렇게 어렵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