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지막 날(5월 23일)
5월 20일 오전 6시15분 김포공항을 출발해
5월 23일 오후 7시 55분 제주공항을 떠나왔으니 옹골찬 4일이었다.
사흘은 꽃을 찾아 다녔다.
마지막 하루는 맛집 투어도 좀 하고 바닷가 카페에서 나른하게 졸아도 보자 했다.
때마침인지 하필이면인지는 모르겠으나 일기예보조차 비소식을 전했다.
제주시에 위치한 콘도에서의 아침은 비와 돌풍으로 심란할 만큼 요란스러웠다.
뭐 어차피 놀고 먹자는 날이니까.
스스로 위로했지만 이미 신명은 산산조각났다.
서귀포시에 있는 네거리식당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첫날 성게미역국을 먹은 식당이다.
최소한 두 번은 먹어야 한다에 몰표를 줬을 만큼 기막혔으니
그만하면 위로가 될 터였다.
뜨끈하게 한 사발씩 비우고
비 내리는 바닷가 풍경이 근사한 카페나 찾아보자 입을 모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횡재냐.
제주시를 벗어나자 하늘도 먹구름을 벗어제끼는 것 아닌가.
기적처럼 열리는 파란 하늘.
이러면...문제가 달라지지?
셋이서 4인분을 시켜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끝내 미련을 못 버린 뚜껑별꽃을 찾으러 쏜살같이...
눈누난나~ 콧노래가 절로...
아! 실땅님은 이번에도 우리에게 로또복권에 버금가는 선물을 해주셨다.
어디가 바다인지 어디가 하늘인지
온통 푸르고 푸른 풍경 속에서 인생샷 하나 건져보겠다고,
낼모레 나이 육십에,
바위에 앉아 다리 꼬고 만세를 부르며 셀카를 찍고 있는 사이
실땅님은 기어이 뚜껑별꽃을 찾아냈다.
꽃 무더기를 보며 이게 다 피었을 때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하지만
나는 이거라도 어디랴,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었다.
하늘빛이 예술이니 뭘 해도 만사형통일 것 같은데 다만 아쉬운 건 속절없는 시간.
자글자글 지진 강된장과 갓 담근 열무김치 넣고 석석 비빈 밥이
양푼에서 사라질 때와 흡사한 희열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던 날.
눈부시게 빛났던 그날.
벌노랑이
뚜껑별꽃
등심붓꽃
애기풀
국화잎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