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와 풍경

중나리,쥐방울덩굴

타박네 2018. 7. 25. 10:16

  어머님 살아생전 늘 말씀하시길,

  죽으면 썩어질 삭신 아껴 뭐하리.

  해서 뒤늦게 철든 천성 게으른 며느리,

  바짓가랑이 붙들고 매달리는 나중에 다음에를 냅다 뿌리치고

  꽃 찾아 펄펄끓는 가마솥단지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설렁설렁 살아도 다 살아지더라는 좋은 놔두고

  하필이면 골라 귀에 못 박히도록 하신 그 말씀 덕분에

  그날 아주 죽을 뻔 했다.

 

  지글지글 타는 태양은 폭력적이었다.

  살아있는 지상의 모든 것들이 고개를 떨구거나 그늘로 숨어들었다.

  중나리,참나리와 우리만 제외하고.

  녀석들, 분노한 태양 앞에 당당하기가 짱돌 하나 들고 선 다윗같았다.

  쥐방울덩굴에 친친 감긴 상태에서도

  기어이 꽃을 피운 녀석들도 안쓰럽다기보다 용맹해 보였다.

  꽃잎의 검고 짙은 점들은 아름답기 위한 치장이 아니라

  마치 특수부대 병사의 분장같아서 다분히 위협적이었다.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상록수 마지막 소절이 절로 떠올랐다.

  독한 녀석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고,

  너 잡자고 허벅지 등짝 지글지글 익어가며 찾아다닌

  우리는 더 쎈언니들이다.  

 

  중나리

 

 

 

 

 

 

 

 

 

 

 

 

 

 

 

 

 

  참나리

 

 

 

 

  쥐방울덩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