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얼씨구 절씨구~

타박네 2018. 7. 26. 13:25

 노랑참나리가 꽃을 피웠다.

 폭염이 무서워 한 사나흘 못 들여다본 사이 벌어진 일이다.

 원예용으로 시중에 나온 것이라면 모를까

 자생지에서는 거의 사라져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벌써 삼 년 전이다.

 텃밭농사를 시작하던 그해 가을,

 꽃동무 한 분이 이 노랑참나리 씨앗을 주셨다.

 작은 화분에 따로 심어 싹을 틔운 뒤 화단에 심었어야 하는데

 곧바로 밭 한켠에 묻어버렸다.

 후회는 되었지만 야생 유전자의 강인함을 믿었다.

 씨앗을 묻어둔 자리는 참나리 바로 옆이었다.

 해마다 봄이면 올라오는 뾰족한 잎들 중에

 뭐가 이거고 뭐가 저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삼 년만에 분명해졌다.

 지금은 자주 뵐 수 없는 꽃동무님,감사합니다!

 

 

 

  본격적으로 수확기에 접어든 오이와 가지는 어찌나 많이 달리는지

  이고 지고 오느라 죽을 맛이다.

  어쩔 수 없이 오는 중간에 아는 집에 들어가 덜어내고 왔다.

  완전 어깨 빠질 뻔!

  차를 가져갔으면 문제가 안 되었겠지만 며칠 전 다친 꼬리뼈 때문에 당분간 운전금지.

  리어커라도 한 대 장만하던가 해야지 원...

 

 

 

 

 

  오늘은 여기!

  장화로 갈아신고 고무장갑 끼고 허리에 보호대까지 착용했다.

  전투에 임하는 병사처럼 제법 비장했다.

  풀밭에 발을 들이미는 순간,

  어우야,무섭다.

  뱀이 아니라 커다란 짐승이 숨어 있어도 모를 판국이다.

  저 강아지풀 크기가 어찌되냐면 내가 낫을 들고 앉았을 때 완벽하게 안 보일 정도.

  아이고 옘병, 이게 익은 벼라도 되면 얼마나 신날까마는...이러면서 차곡차곡 베어나가길 한 시간.

  풀무덤 하나가 생기면서 라일락 두 그루가 광명을 얻었다.

  손바닥에 물집이 생겨 쓰라리지만 아직 기운은 남았으므로 좀 더 전진할까 하다가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어제보다 병아리 눈꼽만큼 덜 덥다고는 하나 아직 재해수준의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공연히 욕심 부리다 밭고랑에 코 박고 쓰러지기라도 하면 '드럽게 말도 안 듣는 꼰대' 소리와 함께

  욕만 바가지로 얻어 먹기 십상이다.

  그나저나 무슨 수를 쓰긴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