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텃밭일기
싹 틔울 자리에서 겨울잠을 자야할 씨앗들을 땅이 얼기 전 묻어야 했기에
밭에서 멀리만 돌아치는 마음을 붙잡아 들이느라 힘들었다.
해마다 여기 저기 뿌렸으나 제대로 건진 건 공단풀 뿐.
대부분은 원치 않는 풀들 틈에서 주눅들어 기를 못 펴거나 녹아 사라졌다.
이번에는 조금 과감하게.
물빠짐이 잘 되고 볕 좋은 명당을 골랐다.
그건 아무리 봐도 고려엉겅퀴 자리다.
깊게 내린 뿌리를 캐내느라 애를 좀 먹었지만 이제 삽질 정도는 껌이므로.
작은 플라스틱 화분을 땅에 파묻고 분갈이용 흙을 채웠다.
추운 겨울을 나야 하므로 씨앗은 조금 깊게,
그리고 이름표까지 똬악~
남은 씨앗들은 남은 공간에 뒤죽박죽 뿌렸다.
매발톱,하늘매발톱,패랭이,범부채,불암초,등심붓꽃과 수박풀.
땅 속 가득 보석을 묻어둔 것 같은 충만한 기쁨.
내년 봄에는 텃밭에서 함께 노닐 농군 하나가 생긴다.
덕분에 내 자연주의 농업과 꽃농사가 부담을 좀 덜게 됐다.
빨리 봄이 왔으면...
씨앗 품은 화분을 보고 또 보고.
올봄,지인이 선물로 준 레몬유칼립투스.
바람이나 실컷 쐬라고 밭에 옮겨 심었더니 키가 자그만치 2미터를 넘었다.
저 살기에 흙과 햇살과 바람이 아주 안성맞춤이었던 듯.
밖에서 월동하는 식물이 아니라 하니 다시 화분에 담아 집안에 들여야 하는데
거참...굴삭기를 동원해 파내야 할 정도다.
뽁뽁이 옷을 입혀 어찌 겨울을 견뎌보라 해야 하나 어째야 하나...
너를 어쩌면 좋으냐.
미제 빠다깡통을 구하지 못해 아직 다알리아 뿌리도 캐지 못했다.
텃밭일은 좀처럼 끝이라는 게 없다.
너는 또 어쩌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