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강나룻길

그렇게 좋은 날

타박네 2018. 12. 18. 18:40

   정오부터 내린다던 눈은 꽃동무들이 전곡역에 도착할 즈음부터 흩뿌리기 시작했다.

   이전에 내렸던 눈과 달리 쌀가루처럼 포슬포슬 마른 눈이었다.

   이 눈이 오늘 걷게 될 숲길에서는 축복이 될까 재난이 될까,

   두 경우의 결과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극단적이서 집을 나설 땐 조금 심란했다.

   하지만 내 걱정은 천하 쓰잘머리 없는 것이었다.

   우리 꽃동무님들,눈을 맞으며 눈길을 걸으며 아이처럼 좋아라 하셨다.

   한 분이 좋다 하시고 나도 좋다, 나도 좋다 거드시니

   좋은 건 그냥이 아니고 어느 새 특별한 것이 되었다.

   꽃밭에서 꽃을 볼 때도 그랬다.

   누군가 처음 꽃 옆에 쪼그려 앉으며 아유, 이쁘기도 해라 하면

   한 사람 두 사람 몰려들어 예쁘다 예쁘다,예쁨을 보탠다.

   그러면 그 꽃은 이제 그저 그렇게 예쁜 꽃이 아니라

   아주 특별하게 예쁜꽃이 되는 거다.

   혼자일 때보다 몇 배 더 큰 즐거움.

   함께여서 정말 좋았다.

   눈발처럼 가벼운 농담과 청량한 웃음들이

   꽃동무들 머리 위를 시끌벅적 떠돌다 등 뒤로 살포시 내려 앉던 날.

   그렇게 좋았던 겨울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