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Book소리

쉰 아홉

타박네 2020. 11. 9. 14:06

여자전 /김서령

 

만날 때마다 인사해줘서 고맙다던 땡큐 할머니,

이미 주신 것만으로도 백 년은 쓰겠어요,한사코 사양해도

나 죽으면 더는 못 주네 줄 때 받아뒀다 평생 쓰라시던 수세미 할머니.

보행보조기에 나를 태우고 씽씽 달리시던 천하장사 할머니.

세상에 이렇다할 족적 하나 남기지 못했어도

이분들의 삶 역시 풀어놓으면 대하소설이다.

그 굴곡진 삶 속에서 거짓말처럼 반짝,

눈부시게 빛났던 순간들의 이야기를

이제 더 이상 들을 수가 없다. 

길고 긴 소설책 몇 권이 이토록 쉽게 사라져버리다니.

책을 읽는 내내 그분들의 웃는 얼굴,

목소리, 느릿한 몸짓들이 떠올랐다.

나훈아 노랫말을 빌어 나도 좀 물어봐야겠다. 

먼저 가본 세상 어떤가요,

가보니 천국은 있던가요 할매들?

보고 싶습니다,내친구 할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