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와 풍경
불곡산
타박네
2020. 11. 15. 17:34
컵라면을 맛있게 먹기 위한 산행이었다.
일찌감치 큰컵 김치라면을 사두고는 이제나 저제나 때가 되기를 기다렸다.
지난 주말,
실장이 직장 동료들과 정동원 고향마을 관광을 떠나는 바람에
산행이 연기되고 말았었다.
라면도 짝이 있어야 제맛이지.
불곡산은 처음이다.
산길이 순하고 포근해서 좋았다.
다만 자욱한 미세먼지와 북적이는 산객들 소음이 조금 아쉬웠다.
악산이 아니어서 마스크 착용이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았다.
무슨 바위들이 많은 모양인데 상봉까지만 가니 보이는 건 펭귄바위 하나.
다음엔 양식 든든하게 챙겨 임꺽정봉까지 가보자 했다.
펭귄바위
상봉 정상은 인증샷 찍으려는 사람들로 혼잡했다.
어렵사리 실장만 찍어주고 나는 패스~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는 동안 우습게도 살짝 가슴이 설렜다.
라면 먹기에 적당한 운동과 허기,
적당한 날씨와 자리,
잘 익은 총각김치.
오분의 일쯤 면발이 남았을 때
꼬들한 밥 말아 먹으니 세상 행복 내가 다 가진 듯.
하도 맛나게 먹으니 실장이 다음 주 또 먹지 뭐 한다.
그건 아니다.
다시 간절해질 때를 기다려야 한다.
식후 마시려고 아껴뒀던 뜨거운 커피를
실장이 땅바닥에 패대기치지만 않았다면
완벽할 수 있었는데...
내 커피 ㅠㅠ...하니 참 내, 내려가서 사줄게 한다.
이 순간과 그 순간이 똑같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