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둘
랩 걸(Lab Girl)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 호프 자런
지인이 운영하는 아주 작은 북카페에 인사 차 들렀다가 골라 온 책이다.
책에 대한 사전 정보는 전혀 없었다.
카페 내부만큼이나 작은 진열대에서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너무나도 뻔했다.
초록색의 속지를 감싸고 있는 나무 그림.(식물세밀화가 신혜우 작가의 참나무 겨우살이)
내 시선과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순전히 우연이었지만 하필이면 이 책을 선택한 내 안목에 박수를 보낸다.
1969년 미네소타 오스틴에서 과학 교수였던 아버지의 딸로 태어난
호프자런.
지구생물학자,지구화학자.
조지아 공과대학,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부교수로 재직,
풀브라이트상을 세 번 수상한 유일한 여성 과학자,
하와이 대학교 교수 재직,
2016년 <타임>지 선정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52p
선인장은 사막이 좋아서 사막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 선인장을 아직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사는 것이다. 203p
눈 속에 사는 식물들에게 겨울은 여행이다.
식물은 우리처럼 공간을 이동하면서 여행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장소를 이동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사건을 하나하나 경험하고 견뎌내면서 시간을 통한 여행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겨울은 특히 긴 여행이다. 274p
멍키포드,스터키 화석,양자물리학, 전자기장,중성자 등등, 생소한 단어들이 참 많이도 튀어나왔다.
사전 검색을 하느라 읽다 멈추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대충 읽고 싶진 않았다.
그러기엔 너무 근사한 책이다.
짧은 해가 기울고 독서의 긴 여정도 끝나갈 무렵 카페 안을 가득 메운 달큰한 냄새.
주문한 레몬쉬폰 케이크가 맛있게 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