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Book소리

일흔 셋

타박네 2020. 12. 24. 17:06

나를 뺀 세상의 전부 /김소연 산문집

 

따뜻한 낱말과 문장 앞에 멈춰 곁불을 쬐고 가다 보니

얄팍한 책 한 권 읽어내는 게 더디기만 했다.

 

밤사이 폭삭 주저앉은 라떼 집을 보고 놀란 카사장이 출근 하자마자 전화를 했다.

다급한 목소리로 큰일났다고.

찌그러져 나동그라진 박스 모양새와 카사장의 표정이 머리 속에 그려져 피식 웃음이 난 나는,

세상 근심없는 목소리로 괜찮다고,

보수공사 하는 김에 더 근사하게 만들어 주겠다고.팍 그냥!

힘없는 종이상자가 바람에 날릴세라 벽돌로 눌러뒀는데 밤이슬에 그만 흐믈텅,

벽돌이 내려앉고 놀란 라떼가 후다닥거리다 집이 전복되고 뭐 그랬던 것 같다. 

가뜩이나 판자촌 묘생, 얼마나 서러웠을까.

박스 조각을 덧대어 이리저리 붙이는 것으로 수리는 간단히 끝났다.

비록 거지발싸개같아 보이긴 하지만 이전보다 확실히 탄탄하고 아늑해졌다.

이제 핫팩만 깔아주면 된다.

 

 

 

남자로 치면 *알친구인 그녀로부터 크리스마스 카드가 왔다.

올해도 변함없이.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시원시원한 필체와 빈틈없이 풀칠해 붙인 우표.

우표값이 470원이었구나...

도무지 변치않는 그 아날로그 감성,뭘 먹어야 그렇게 살 수 있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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