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Book소리

일흔 여섯

타박네 2021. 1. 8. 19:07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장석주 산문집

 

복사꽃 피고 복사꽃 지고,뱀이 눈을 뜨고,초록제비 묻혀오는 하늬바람 위에 혼령 있는 하늘이여.

피가 잘 돌아......아무 병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 일 좀 슬픈 일 좀,있어야겠다. 서정주 <봄>

 

이런 날 양지쪽에 의자를 내놓고 봄볕 받으며 책을 읽는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격어보지 않은 이는 알 길이 없다.28p

 

봄볕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호사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반나절 정도 데워져 따끈해진 담벼락에 등을 딱 붙이고 앉아 있기만 하는 것이다.

포롱포롱 새들 날개짓, 고양이처럼 살그머니 담장을 넘는 달큰한 바람,돌 틈 사이 제비꽃 한 송이.

충분하지 않아?

책을 읽다니, 말이 돼?

 

아메

모카

라떼야!

아메 갔어. 빨리 와.

그제서야 어슬렁어슬렁 오는 라떼.

카페에 객이 늘었다.

며칠 전부터 라떼의 자리 주변을 맴돌던 고양이 두 마리.

흰털 하나 없이 새까만 녀석은 아메, 희고 검고 누런 멋진 털을 가진 녀석은 모카.

이로서 라떼와 아메와 모카가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되었다.

밥그릇 하나를 번갈아 사용할 뿐 함께 모여 먹이를 먹는 법은 없다.

한 녀석이 먹고 나면 다음 녀석이 등장하는 식이다.

신기한 건 아메와 모카는 먹이를 먹고 나면 곧바로 사라진다.

바로 옆에 방석이 있으니 잠시 쉴만도 한데 말이다.

라떼가 터줏대감이라는 걸 아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