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강나룻길
봄이 왔는 줄~
타박네
2021. 1. 24. 19:52
부드럽게 굽은 강,콩밭 율무밭에 듬성듬성 선 멋대가리 없는 나무와 돌무덤,
두루미와 기러기떼들이 번갈아 날고 까마귀는 연신 악악대고,
간혹 멋짐을 뽐내며 개안마루 옆 아슬아슬한 비탈길을 오르내리는 사륜구동 자동차,
멀리서 보면 달팽이인가 싶게 제 몸보다 큰 베낭을 지고 걷는 사람들,
그 뒤로 운동화와 트레이닝복 차림의 동네 사람들,
판화로 찍어낸 듯 똑같은 그림속으로 들어가 어제도 그제도 걸었다.
한 사날 푹했던 날씨 덕에 언강이 풀리자 빙판의 무늬가 변햇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알 정도지만.
지난 주말과 달리 그 빙판에 선 사람들이 위태로워 보였다는 것,
남쪽 경사면 콩밭엔 꽃다지들이 좁쌀같은 샛노란 꽃봉오리를 야무지게 물고 있고
얼거나 말라 죽은 것처럼 보이는 냉이의 뿌리가 제법 실해
요런, 앙큼한 것들 같으니라구,하하!
카사장 호미질에 신명이 붙었던 게 아주 조금 다르다는 것.
아무리 봐도 슴슴하고 담백한 콩나물국같은 길.
늘 뭔가 강력한 한방, 청양고추나 매운 고춧가루같은 무엇 하나가 부족하다고 툴툴거리다가도
뭐 기본 재료가 좋으니까, 픽 웃고 만다.
몸을 낮추고 살금살금 걸어 오작교(나무다리)까지 가는데 성공.
다리 난간에 몸을 숨기고 앉았다.
더 진행하면 들킨다.
편히들 먹어라 하고 있는데
능선에서 이쪽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에 놀라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숭덩숭덩 썬 냉이에 튀김가루 훌훌 뿌리고 맹물 찍 붓고 설렁설렁 반죽해
튀김인듯 튀김아닌 전을 만들었다.
이렇게 이른 봄맛을 좀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