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와 풍경
동막골,저녁 꽃탐사
타박네
2021. 4. 29. 21:35
성산 2등산로 부근에서
서너 해 전 내가 본 건 깽깽이풀 밭뙈기였고
실장이 본 건 당개지치 떼군락이었다.
대략 십여 개체 이상일 경우
우리는 그런 표현을 갖다 붙이며 감격한다.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꽃따라기들이다.
꽃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엔 엉뚱한 곳을 헤매다니기 일쑤여서
문득 생각났을 때는 이미 늦곤 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억해내는 실장님이
성산의 당개지치를 확인하자 한다.
이른 저녁을 먹는 터라 실장 퇴근 시간이면 설거지까지 마친다.
집안 일은 문제 될 것 없지만 밤마실은 살짝 귀찮다.
대답 대신 해 길어졌다 이거야?라며 웃고 말았다.
큰 길과 달리 숲은 이미 어둑하다.
잠시 어우,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머뭇거렸지만
몇 발자국 내딛고나자 이내 익숙해진다.
당개지치,깽깽이풀, 밭뙈기 떼군락은 온데간데 없다.
우리 기억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이라도 해 주려는 듯
살아남은 것들조차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 보였다.
잠자리 찾아 헤매는 멧돼지처럼 한바탕 휘젓고 내려오니
또 7시 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