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강나룻길

연강길 1월(4)

타박네 2022. 1. 10. 20:16

       LG상록재단 <한국의 새> 도감을 구입해놓고도 찾아볼 생각이 없다.

       애쓰지 않고 저절로 알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걷고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사진 몇장 올리는 것.

       현재로서는 이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독서는 당분간, 바느질은 조금 더 쉬기로 했다.

       조금씩 조금씩 게을러지기로 했다.

 

      중면을 배경으로 펼쳐진 근사한 두루미 비행쇼.

      앞태 옆태 뒷태에 미끄러지듯 선회하는 모습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발바닥에 땀띠나도록 드나드는 사람들이 누리는 호사다.

      두루미들이 먹이 활동을 위해 율무밭으로 날아올 때 그 경계심을 완화시키려면

      걸음을 멈춘 다음 서 있기 보다는 최대한 몸을 낮추는 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걷고 있던 우리와 눈이 딱 마주치자 급히 방향을 바꾸던 두루미 가족,

      우리가 쪼그려 앉자 다시 돌아와 밭에 안착했다.

      경계를 풀고 사는 멧돼지나 고라니로 착각했을 수도.

 

 

 

 

 

      운무면 멋드러지겠지만 최악의 미세먼지.

 

 

      버섯 홀릭^^

 

      대빵님의 모싯잎 송편.

      다시 쪄서 들기름을 넉넉히 바르니 방금 만든 것처럼 맛있다.

      속은 따끈하고 겉은 고들하게 식기를 기다렸다가 우선 내 배부터 채우고 남은 걸 챙겼다.

      안주가 좋아서 하루 전 끊었던 커피를 다섯 모금쯤 마셨다.

      예전 같으면 하룻밤 새는 건 일도 아니었는데 노쇠하니 성가시고 추접스런 일들이 생긴다.

      아주 고급지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의 질을 조금 올리려면 어쩔 수 없다.

      눈물나지만 포기할 건 하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

      이러다 인내심이 임계점에 도달하는 어느 순간

      에라잇, 얼마나 더 살고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짓을 하냐며

      항시 준비되어 있는 전용 삐딱선에 냉큼 올라타 쾌지나칭칭 막 살아보세~

      노래를 부르며 벌컥벌컥 치사량의 커피를 들이킬지도 모른다.

      언 강 위에 사람들이 보이길래 혹시 강을 건너나 봤더니 낚시 중이다.

 

 

      실장이 꽃다발, 아니 콩다발을 들고 나타난다.

      콩알 줍는데 미세먼지 따위야 뭐...미사일이 날아오면 또 모를까.

 

      딱 이 장면에서 꼭 떠오르는 노래.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적 있는가.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얼어붙은 콩알이라도 주워 가야지.

 

 

 

 

 

 

 

 

 

      고라니 두 마리,숨은 그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