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강나룻길
연강길,2월 1일
타박네
2022. 2. 3. 09:16
설날 오후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은 내리지 않는다.
희끗한 눈과 군데군데 검은 바위가 있는 율무밭에서는
천하의 실장님도 두루미를 찾아내지 못한다.
분명 아주 가까운 데서 소리는 들리는데 눈을 골백번 씻고 봐도 없다.
결국 능선 너머라 결론 짓고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그제서야 단골손님이 보인다.
식사가 끝나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 조심스레 움직이자
대장격인 한 마리가 날아오른다.
하지만 멀리 가지 않고 다시 돌아와 먹이 활동을 계속한다.
사람들이 조금 익숙해진 건지.
농협 하나로마트 군고구마 못지 않은 실장님 실력.
해 넘긴 달력을 다 뜯어 쓸 즈음이면 봄이겠지.
두루미와 고라니, 개와 사람 발자국,그리고 바람이 오가며 만든 그림이
어젯밤 내린 눈으로 몽땅 지워져 다시 흰도화지가 됐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옥녀봉 아랫길, 사람들 얼굴 만큼이나 다양한 신발 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