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부채
동네 자생지 세 곳.
먼저 은대리 폐가 근처.
지난해보다 더 심하게 훼손됐다.
하필이면 자생지 바위와 흙이 무너져 내렸고 누울 자리를 잘못 잡은 앉은부채들은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남은 건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두세 개체.
폐가 안방을 지키고 있는 자개 화장대도 곧 주저앉을 듯 상했다.
더 찾아올 이유도 사라지고 있었다.
여긴 정말 끝이네...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마침표는 단호하지 못했다.
오래되어 낡았거나 작고 소외된 것들의 잔상은 오래 머문다.
집이 폭삭 무너지고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저것들의 마지막을 보아야
이 을씨년스러운 골짜기에서 가시덤불을 헤치며 돌아다니는 짓도
끝이 날 것... 같은 거의 확실한 예감.
두 번째,은대리성 부근.
적기를 넘어섰지만 싱그러움,풍성함.
세 번째,장탄리.
안내인의 손가락은 분명 내가 즐겨 산책하는 공원 건너편,
지금은 텅빈 군부대 앞,바로 저기를 가리키고 있었다.
해서 고탄교 아래로 난 돌다리를 건너면 금방이므로 가볍게 산책 정도라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사정은 달랐고 흙길에 겨우 적응한 다리와 허리가
관절에 유독 냉정한 포장포로에서 앓는 소리를 한다.
이런 걸 사기라고 한다.
아무리 위정자들이 대놓고 사기치는 세상이라 해도 우리는 그러면 안 된다.
낄낄거리면 걸으니 안내인 손가락을 물어뜯지 않아도 될 만큼
야트막한 산 언저리까지 금새인듯도 싶었다.
집에 오자마자 쭉 뻗긴 했지만.
이 모든 걸 하루 안에 해치웠으니 무리도 아니다.
대전리산성
올괴불나무가 어찌나 풍성한지.
참고비 안에 뾰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