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5월 20일
원심원사에서 석대암까지,시멘트 포장도로를 걸어 오르는 산책.
갈라선 부부 바위
석대암 주변은 온통 원추리.
길 중간쯤서 예초기로 잡목을 정리하시는 스님을 만났다.
물에 빠졌다 나온 듯 땀에 젖은 모습이 마음에 쓰여 물 좀 드릴까 여쭸더니
하필이면 물 한 병 갖고 오지 못했다며 반색을 하신다.
함께 드린 과자 하나까지 달게 드시더니 혹시 물이 필요하면
석대암 약수터에서 마시고 가라 하신다.
아무리 깊은 산속 옹달샘이라 해도 혹시 벌레 알도 있을 수 있고 해서
저는 정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물은 함부로 마시지 않노라 하니
이제껏 마셨어도 아무렇지도 않고 심지어 죽지도 않았다 하신다.
제가 의심이 좀 많습니다, 속으로 웃으며 목례를 하고 다시 오르려는데
여기 이것 좀 보고 가시오,부르신다.
투구꽃이네요.
그런 것 같아 이렇게 생긴 건 자르지 않았다 하신다.
고맙습니다, 스님.
달랑 한 병 들고 간 물을 드렸기에 가능한 땀을 흘리지 않으려 살살 걸었으나
석대암에 당도하니 갈증으로 입이 탄다.
당장 숨 넘어갈 정도는 아니어서 이 가뭄에 것도 이 꼭대기에 물이라...
감탄만 하고 내려왔다.
잘려나간 나무는 대부분 국수나무다.
요즘 내 마음을 유난히 파고드는 게 국수나무 꽃인데...
날개를 다쳤는지 날지를 못한다.
날아보려 펼친 날개 한쪽이 아래로 늘어져 있다.
너를 어쩌면 좋으냐.
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