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 7월 15일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절친 어르신의 걸음에 맞춰
공원 놀이터까지 함께 걸었다.
잔디밭 사이 빼꼼 올라온 민들레 꽃을 가리키며 안 찍냐 하신다.
늘 보는 저런 거 말구요, 여름 한철 피는 아주 작은 꽃이요.
돌계단 앞에서 날이 더우니 후딱 돌아보고 오라며 손을 흔드시던 어르신,
어느새 내려와 계단 아래 잔디밭에 쪼그려 앉아 있는 내 옆에 바짝 서 계신다.
오전 10시, 좁쌀만한 꽃봉오리가 조금씩 봉긋해지는 게 보인다.
거기 꽃이 있어요?
정작 물어온 사람은 어르신이 아닌 운동 기구 앞 벤치에 앉아 있던 젊은 남자다.
유럽개미자리라 말하니 휴대폰으로 검색한 꽃 사진을 보여주며 이거냐 한다.
한술 더 떠 꽃 이름 앞에 붙은 유럽에 담겼음직한 사연까지 찾아 얘기해준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요? 하자
공원 조성 과정에서 어디선가 싣고 온 흙에 씨앗이 묻어 오지 않았을까요? 하는데
참으로 납득이 가는 추정이어서 놀랐다.
남자가 자리를 뜨고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동안 어르신과 기구 운동을 했다.
허리 돌리기 운동을 하며 추임새로 윽 악 컥 비명을 질러대자
입으로 운동하냐, 상체는 고정하고 하체만 돌려라 충고하신다.
어차피 건성인데요 뭐.
잠시 후,훽 허리가 돌아간 그 사이에도 언듯 볼그족족한 꽃이 보인다.
기구에서 뛰어내리며 기다리세욧, 꽃 한 송이를 선물할 테니.
활짝 피었다 하나 녹두알만한 꽃 하나를 따 조심스레 건내드렸다.
꽃잎이 다섯장이라...요리조리 살피시는 모습을 뒤로 하고
한바퀴 돌러 강 아랫길로 내려갔다.
석류풀
풍성하던 참나리, 물에 잠겨 절반 이상 상했다.
돌다리는 아직 잠수 중.
드디어 수박풀~
지주님 꽃밭에 들려 한바탕 잡초를 뽑고 베고
노랑참나리와 참나리 씨앗을 따 그늘진 곳에 펼쳐놓았다.
씨앗들은 적당한 어느 날 연강길에 뿌려질 것이다.
커다란 비닐 봉다리에 줄기째 잘라 담아둔 소래풀 씨앗을 둘러메고
다시 공원 잔디밭에 가니 꽃들이 활짝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