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타박 걷는 길

한탄강 주상절리길,3월 29일

타박네 2023. 4. 3. 10:00

길을 나설 때 배낭 안에 꽃씨를 넣어 다니고 있습니다.

대부분 야생화 씨앗입니다.

마치 누군가로부터 마땅한 자리를 찾아 주라는 특명이라도 받아든 양

눈에 쌍심지를 세우고 두리번 두리번 여기 저기 기웃거리고 다닙니다.

그런데 참 쉽지 않네요.

물 좋아하는 녀석,마른 땅 좋아하는 녀석 다르고 무언가를 타고 기어오르는 녀석까지

하나 하나 그 비위를 맞추자니 그에 합당한 자리가 쉽게 보이지 않는 겁니다.

나타났다 해도 이미 터 잡고 사는 녀석들 세력이 워낙 막강해

어설피 뿌려놨다간 기 한 번 못 펴고 사라질 게 분명해 보이구요. 

생각나는 누구네 화단이나

아직 소작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예전에 제가 놀던 꽃밭이 있기는 하지만

가능하다면 자연에서 얻은 건 자연으로 돌려 보내자는 원칙을 뒤늦게 세운 터라

이 미친 짓을 며칠 째 하고 있습니다.

졸지에 꽃과 꽃씨들의 무덤이 된 연강길의 악몽을 재현하지 않으려다 보니

이 길에 심고 온 건 하늘타리 하나 뿐.

쉼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기대하고 실망하고 또 기대하고...

해서 '여기라면 절대 변할 일 없을 거야'라는 그런 명당을 찾아 오늘도 나갑니다.  

 

앉은부채

 

 

 

 

 

 

 

 

처녀치마 있음직한 골짜기였으나 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