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강길,4월1일
헤어질 결심은 잠시 보류하고 미워도 다시 한 번.
실은 아직 정이 덜 떨어진 거고 미련이 남았다는 얘기죠.
좁쌀만한 정마저 똑 떨어지고 나서야 미련도 훌훌 털어버리게 되더라구요.
어쩌겠어요.
그 골짜기에는 아직 앵초가 턱허니 버티고 있고
달랑 꽃 한 송이에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어깨춤이 절로 나오던 그 순간이 화석처럼 뇌리에 콱 박혀 있는 걸요.
이즈음이면 궁금하고 보고 싶은 건 앵초 말고 또 하나 있습니다.
솜나물.
팔도에 꽃들이 불타듯 화르르 피어나니
동네 솜나물꽃은 늘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뒤늦게 떠오를 때면 늘 안타깝고 아깝고 그랬었죠.
보나마나 길 확장 공사로 싹도 나기 전 거의 다 사라졌겠지만
정말이지 기적처럼 한두 송이만 만나도 아이고 할아부지 감사합니다일 텐데...
늘 그렇듯 기적은 간절한 자에게 유독 야박합니다.
아직 포크레인이 벅벅 긁어내지 않은 군남홍수조절지 방향으로 걸었으나
하나도 못 찾았습니다.
대신 아주 조금씩 세력을 키우고 있는 앵초밭에서 위로를 받고 왔습니다.
개안마루 주변에 노랑원추리 씨앗을 있는 거 몽땅 심었는데요.
나름 살 확률을 높여보자는 의도였죠.
도박으로 치면 몰빵인데...오늘 비까지 내려주니...
대박이 오시려나 비식비식 웃음이 나는게.
2019년 4월
처음엔 한 송이였는데 흙이 무너지지 않게 돌을 쌓아주니 개체수가 늘었습니다.
길 왼쪽 밭에서 들깨 농사를 짓고 계신다는 아주머니.
지나치며 하는 간단한 인사가 길바닥에 철푸덕 앉은 대화로 바뀌고 말았죠.
놀러 오라는 말을 열 번쯤 하시고는 돌아서며 다시 한 번 더 꼭이요! 하십니다.
이쯤이면 가야지요.
헌데 밭 중간 개집이 보여 조금 망설여집니다.
왈왈 정도면 만만하니 쥔장 계십니까 소리쳐 보겠지만
컹컹이면 그냥 지나는 걸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