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4월3일
돌다리를 건너 두 번째 큰 다리 교각 오른쪽 야트막한 산을 도는 것으로
오전 산책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산책은 별일 없는 한 매일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무슨 무슨 모임 혹은 강의 등 시끌벅적 흥이나던 시절을 떠나보낸 터라
별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기에 햇살만 퍼지면 귀신에 홀린 듯 집을 나가죠.
무심히 강변 산책로를 걷던 중
그새 쑥 자란 참나리 군락(세 개 이상이면 군락으로 인정)이 눈에 띄었고
곧바로 등가방 안에 고이 모시고 다니는 노랑참나리 씨앗이 떠올랐으며
붉고 노랗게 어울렁 더울렁 핀 꽃들을 크고 작은 현무암 돌들,
고탄교,강물과 함께 그려보니 그야말로 찬란합니다.
그동안 마음 속 후보지였던 연강길을 가볍게 지워버리고 여기로 결정했죠.
문제는 장마 때마다 한 번은 큰물에 휩쓸려 고초를 격는다는 건데요.
집에서 아주 가까워 싹이 트고 뿌리를 단단히 내릴 때까지
오가며 수시로 돌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니 그리 나쁜 결정은 아닐 겁니다.
주변 풀들을 조금 정리하고 씨앗을 심은 다음
마시려고 가지고 간 생수 한 병을 몽땅 뿌려주고 나서 바보 등신,
절로 욕이 나왔습니다.
물론 저한테 한 욕입니다.
바로 옆에 철철 넘치는 강물을 두고도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죠.
이제 늙어 장신구도 못되는 머리는 어디 못 박을 데나 써먹든
분노 유발자 코뼈 박살내버릴 데나 쓰던 해야 할 판입니다.
물병 빈 덕에 가방이 가벼워진 건 좋은 일이겠지요? 젠장할~
참나리 군락에 탄력을 받아
수박풀, 노란꽃땅나리, 까치수염 그리고 이름 모를 씨앗들을
산책길 주변 여기 저기에 마구 뿌려대고 왔습니다.
기억하기 좋게 장소 표시를 하지 않아
꽃을 피우기 전까지는 안부 확인조차 어려울 테지만
이 길을 걸을 때마다 잃어버린 동전 찾는 것처럼
쉼없이 두리번거리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