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강길,6월 25일
지난 해에도 같은 날 이 길을 걸었더군요.
기록을 보니 그날도 몹시 더웠습니다.
영상 30도에 갖은 엄살을 부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날은 한낯 기온이 영상 33도.
그런데 이상하죠.
그때같은 더위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걸을 때마다 새로 산 등산화에 발목 부분이 쓸려 속도를 내지 못해서일 수도 있지만
한 해가 다르게 신체 컨디션이 나쁜 쪽으로 변하는 탓도 있을 겁니다.
얼마 전 설악산 서북능선을 다녀왔다 하니
다들 할매특전사 났다며 턱 빠지는 시늉을 칭찬 대신 하더군요.
전날 한숨도 못 자고 그 험한 산을 넘었다 말하면 믿기지 않겠지요?
가끔 정신이 마음 먹으면 이런 일도 해냅니다.^^
제가 필요 이상 정신적인 것에 에너지를 많이 씁니다.
그 탓에 몸 고생이 일상다반사죠.
아무튼 설악산에 비하면 연강길은 껌이어야 하는데 어째 더 힘들었습니다.
기어이 몸살이 나고 말았거든요.
무슨 대단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고 펄펄 끓는 가마솥 더위에 그 지랄인지...
저는 알겠지만요.
이 길에는 까치수염이 흔하고 큰까치수염 보기가 힙듭니다.
공사로 인한 제초작업만 아니었어도 까치수염 수십 송이가 무더기로 핀 풍경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까치수염.
지난 해보다 개화 시기는 빠르네요.
많이 시들었지만 풍성하니 흐믓합니다.
찰피나무.
결국 또 꽃을 못 보고 넘어갑니다.
내년에는 복주머니란 아니라 그 할애비가 기다린다 해도 이 꽃 먼저 보러 와야겠어요.
하늘말나리.
입방정 같지만 올해는 폭망각입니다.
기세가 등등한 칡이며 산딸기 덩굴에 비해 하늘말나리들은 지친 투사같아 보입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터라 배낭에 소형 낫을 준비해 갔지만 꺼낼 엄두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인간의 개입이 아무 소용 없죠.
안타까운 시선만 남기도 자리를 떠났습니다.
까치수염과 온갖 꽃씨의 무덤이 된 자리에 어마어마한 전망대가 들어설 모양입니다.
잘리지만 않았다면 길을 걸을 때 잠시라도 참 즐거웠을 까치수염 군락.
연강길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 큰까치수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