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Inception)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아까운 시간과(비록 백수지만) 비싼 관람료 내고 골 터지게 머리 쓰는 영화는 보기 싫다.
게다가 결말을 상상에 맡기는 무성의한 영화는 더 싫다.
새드앤딩 만큼이나.
똥인지 된장인지 확실하게 말해달라 이거다.
간 보고 냄새 맡고 색깔 살피는 수고를
잠시 머리 식히려 영화관을 찾은 관객이 꼭 해야 하는가 말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주절대는 푸념엔 다 이유가 있다.
이런 말이 있다.
'고통을 이기기 위해선 더 큰 고통이 필요하다'
이른바 이열치열법.
요즘 내 머릿속은 뒤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고
수십 마리 거위떼들의 합창처럼 시끄러운데
이럴 때가 평소 폼으로만 달고 다니던 머리를 제대로 써 볼 기회다.
푸념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겐 이 영화가 딱이다.
만약에 타인의 꿈 속으로 들어가 생각을 훔치고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면?
아내를 살해 했다는 누명을 쓰고 수배 중인 코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런 능력이 가지고 있다. 불행하게도.
어느 날 그는 대기업 상속자의 꿈 속으로 들어가
깊은 무의식 세계를 조작해 기업 합병을 막아준다면
그토록 그리워 하던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게 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는데...
상영시간 2시간 27분.
지루하진 않다.
다만 과부하에 걸려 끙끙대는 내 뇌세포들에게
휴식을 주는 차원에서 아주 잠시 졸 뻔 하긴 했지만.
그 아주 '잠시'와 '뻔'만 빼고 나서는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이야기는 꿈에서 현실로, 꿈에서 더 깊은 꿈속으로 종횡무진 이동한다.
사실적인 무중력씬과 무의식 세계에서 건물이 쑥쑥 솟아오르던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마지막으로 현실과 꿈속 세상을 구분할 수 있는 도구인 팽이(토템이라 부른다)가
팽그르르 돌다가 멈출 듯하는 장면에서 영화가 끝이 나는데
(꿈속이라면 절대 멈추지 않고 계속 돈단다)
주인공 코브가 영원히 깊은 무의식 세상인 림보 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와
결국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히 있다.
이런 것으로 따따부따 한바탕 설전을 벌이는 것도 재미겠지만
나 같이 사소한 결정이 더 힘든 사람에겐 여간 짜증나는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확실하게 보여달라 이거다.
분.명.하.게.
이쯤에서 내 주 특기인 상상에 들어간다.
만약 영화같은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면
내가 꿈 속에서 만들어 낼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처럼 어느 한순간의 기억에서 영원히 머무를 수 있다면
살아온 날들의 수많은 기억들 중 난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될까.
1996년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1997년 '타이타닉을 촬영할 당시만 해도
샤방샤방의 절정에 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에게도 이제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메멘토'(2000년 제작)
아내가 살해 되던날의 충격으로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퍼즐처럼 기억의 편린들을 맞춰 나가며 벙인을 추적해 가는 이야기다.
나 머리 좀 쓰네 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내 아둔한 머리로는 감당이 안될만큼 난해했던 기억이 있다.
단숨에 해독(?)이 가능했다면 그 좋은 두뇌를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야한다.
정신 바싹 차리고 봐야할 영화 하나 더!
절대 상상 못할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인셉션과 비슷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