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타박 걷는 길
참나리 주변 정리
타박네
2025. 6. 11. 17:10
아침을 먹자마자 배낭에 휴대용 낫 한 자루와 물병을 챙겨 잽싸게 나섰습니다.
잡풀 속에 갇혀 보이지도 않던 참나리들이 한 삼십 분 휘두른 낫질 덕에
인물이 훤하게 살아납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노랑 참나리 씨앗을 심고 작은 돌들로 표시를 해뒀었습니다.
풀들과 함께 잘린 새싹 두세 개 외에도 기어이 살아 싹을 틔운 것들이 더 보이네요.
내 살아생전 꽃을 볼 수나 있으려나 싶게 애처로운 꼬라지입니다.
우선 해는 들게 해놨으니 조금이라도 몸집 키우길 바라봅니다.
책임도 못 질 것을 아무 데나 막 씨 뿌리고 다닌 (난봉꾼 얘기 아님 주의) 미안함에
지고 간 물 반 병을 먼저 먹이고 남은 걸로 택도 없는 갈증을 살살 달랬죠.
헉! 씨앗 심던 날의 기억 한 토막이 마치 복사라도 한 듯 똑같았던 게 떠올랐습니다.
그때도 생수 한 병을 씨앗 묻은 자리에 붓고는 속으로 하이고 등신아,
바로 옆에 철철 넘치는 강물 퍼다 주면 될 것을...했었네요.
드믄드믄 보이던 기린초와 길 가까이 있던 나도국수나무가 제초 작업으로 사라졌지만
길이 말끔하니 보기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