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Book소리

강남몽

타박네 2010. 12. 29. 15:17

 

책 좋아한다는 소문을 의도적으로 퍼뜨리면서부터 가끔 선물을 받게 되는데

아무말 없이 슥~ 건내만줘도 고맙기 한량이 없겠지만

무심코 열어본 책 속지에 이처럼 주는이의 다정한 흔적이 보일때면 그 기쁨은 두배가 된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 잠깐,

커밍아웃을 할까 한다.

사실 난 진드기 벌레들 입맛에나 맞는 책 보다는

친구들 만난 자리에서 우리집 몇 일 생활비와 맞먹는 밥값일지라도

푹~ 잘 들어가는 신발 끈을 매만지며 쭈볏대지 않고

쏜살같이 뛰어나가 폼나게, 앗쌀하게, 쿨하게, 얘들아, 오늘은 내가 쏜다!

외칠 수 있는 두둑한 현금에 더 열광하는 지극히 세속적인 인간이다.

아직까지도

기념일과 생일에 책 두어권 주고는 마치 내가 물방울 다이아나 에르메스가방을 선물 받은 듯

기뻐 날뛸거라 믿고 있는 울냥반의 순진하고도 천진한 착각이 나를 슬프게 한다.

 

오랜만에 접해본 황석영 장편소설 강남몽. 

일제시대 헌병대 밀정노릇을 하며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시대의 흐름을 유연하게 타고 넘으며 굴지 건설회사의 회장과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되는

대성백화점 사장이 된 김진.

 

시장통 국밥집 딸에서 강남 룸쌀롱과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화류계의 큰손이된 박선녀.

김진의 첩이기도 하다.

 

강남 개발 붐이 일때 땅투기로 거부가 된 심남수는 박선녀의 정인이기도 하고.

 

뒷골목 양아치에서 조폭의 보스가 된 홍양태.

박선녀가 운영하는 나이트클럽에 밀주를 제조해 공급하기도 한다.

 

무너진 대성백화점 잔해에 깔려  십칠일 만에 구조될 때까지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소시민 임정아.

 

이 다섯명의 등장인물들이 씨줄과 날줄로 서로 엮이면서

지금의 강남이 생성하게 된 배경과 그 화려한 이면에 부패된 자본주의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상류층, 로열패밀리, 신귀족 그리고 그들만의 천국 강남.

하룻밤의 꿈처럼 덧없긴 우리네나 마찬가지일 거라는...

그래서 강남몽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