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 읽은 책 두 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넬레 노이하우스 장편소설 / 김진아 옮김 /북로드
한적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타우누스.
그 폐쇄된 시골 마을에서 절대권력을 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인간에게 가해진 소리없는 폭력, 집단 따돌림과 살인누명.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범인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작가의 치밀함에 감탄하게 된다.
직관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보텐슈타인 수사반장과
감성 여형사 피아 콤비가 활약하는 타우누스 시리즈 네 번째 작품.
32주간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이제는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이책을 보면서 영화 <이끼>가 떠올랐다.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만약에
목숨은행이란 게 있어서 저마다 할당된 수명을 넣었다 뺏다 할 수만 있다면
주저없이 이태석신부님께 한 십 년 뚝 떼어드렸을 거다.
전쟁과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그 누구에게서도 관심조차 받지 못하던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로 들어가 그들의 친구가 되어준 이태석신부님.
마흔여덟 짧은 생을 마치고 선종하셨지만 그분이 남긴 사랑의 흔적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복음을 전파함에 있어 교리서나 성경에 있는 내용을 주입하는 것을 넘어서,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을 통해 주위 사람들의 영혼을 건드려 움직이고
감동하게만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완벽하고 발 빠른 복음화가 또 있을까 싶다. 91P
요즈음은 ' 예수님이라면 이곳에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까,
성당을 먼저 지으셨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 것 같다. 137P
입원 중 읽으려고 챙겨간 책 두 권엔 각각 다른 사랑이 등장한다.
빛과 어둠, 흑과 백만큼이나 또렷이 비교되는 사랑이다.
인간의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숭고한 이태석신부님의 사랑.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 살인의 누명을 쓰고 십 년의 옥살이를 한 토비아스를 향한
나디야의 집착에 가까운 광기어린 사랑.
여기서 잠깐,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사랑 그 쓸쓸하고 허망한 이야기 한 소절~
세상에 흔하고 널린게 사랑이다.
거리마다 사랑의 노래가 넘쳐 흐르고,
오죽하면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첫마디도 '사랑합니다, 고객님'인 세상.
가끔은 말이다.
등 따숩고 배 부르고 시간 남으니 취미삼아 키워보는 사이비사랑 말고
백화점이나 시장에서 물건 고르듯 골라 쓰다가 실증나면 던져 버리는 짝퉁사랑 말고
제 가진 것 다 주고도 미안하다 말하는 사랑.
제 가진 것 다 버리고도
너 하나 있어 행복하다 말하는 사랑 이야기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
영화 러브 스토리에서 제니가 올리버에게 말한다.
'사랑은 미안하다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아니다.
사랑은 미안한 거다.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하필이면 이렇게 부족한 내가, 초라한 내가 널 사랑해서 미안한 거다.
미안하지 않다면 사랑이 아니다.
그런 사랑은 멀리있지 않다.
지금 바로 내 곁에 있는
입안의 혀처럼 착착 감긴다는 평양기생 까지는 아니더라도
애교라곤 약에 쓰자해도 찾아볼 수 없는 그 여자,
나와 한솥밥을 먹으며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고 우리들의 아이가 커 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본 그 여자,
거실 한켠 그 자리에 백만 년 전부터 있어온 붙박이장처럼
존재감이라곤 방귀 뀔때 말고는 없는 그 여자,
내가 눈 감는 순간 꺼이꺼이 삼세 번은 울어줄 것 같은 그 여자가,
다정은 흉년에 죽 쒀 먹으려고 아끼는지 묻는 말에 겨우 내뱉는 대답 한마디에
입이 거기 달렸다는 걸 알게 해 주는 그 남자,
가족들의 밥벌이를 위해 오늘도 허술하기 짝이없는 전투복 챙겨 입고
전쟁터 같고 정글 같은 세상속으로 기꺼이 뛰어드는 그 남자,
삶의 무게에 등이 휘어만 가지만 아야 소리하면 자존심에 치명적인 손상이 온다고 믿는
어리석은 그 남자가 바로 진짜 사랑이다.
사랑은 언제나 가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