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밥상

남편을 위한 버섯만두전골, 딸을 위한 골뱅이 소면

타박네 2011. 3. 20. 19:42

몇 해 전 어느날 동네 친구집에서 김치부침개를

거의 식도까지 차오를 정도로 먹고

그걸 소화시키는 차원에서 얼음 동동 띄운 콜라까지 마시고 나자

배고플 때와 비슷한, 아니 더 불쾌한 짜증이 밀려오던 기억 한 토막.

맹물까지 달달하니 맛나던 시절이었다.

미련하게 먹을 때마다 늘 입방정 떠는 소리가

'요놈의 입맛만 톡 떨어지면 소원이 없겠다'였는데...

누가 알았겠는가.

요정이 나타나 그 쓰잘데기 없는 소원 하나를 냉큼 들어줄 거라고.

소원 함부로 비는 거 아니다.

 

이제 내게 두 가지 소원이 남았다면

그 하나는 지진, 화산폭발, 혜성충돌같은 자연재해와

전쟁,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이 없는 평화로운 지구별이 되는 것. 

그리고 남은 하나는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를 만큼 다시 김치부침개가 맛있어 지는 것이다.

 

식욕은 삶의 의욕이다.

 

맛있게 복스럽게 잘 먹는 사람이

모든 일에 의욕이 넘치고 행복지수도 높다는 건

굳이 무슨 연구결과가 아니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황사와 봄비로 아침 굶은 시엄니 얼굴마냥 찌뿌둥한 주말,

남편을 위하고 딸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결국 나를 위한 얼큰한 밥상을 차려 보았다.

수영씨가 중국 친정집에 다녀올 때마다 사와 몇 개씩 주곤 하는

목이버섯과 이름 까먹은 하얀 버섯.

한 개만 불려도 엄청 많다.

하얀 버섯은 수군씨네 집에서 볶음 요리로 처음 먹어봤는데

씹히는 질감이 아닥거려 재미있다.

쌀은 떨어져도 버섯은 떨어지지 않는 우리집 부엌.

온갖 버섯(새송이, 느타리,표고, 목이, 팽이, 하얀버섯)과

지난 설에 큰형님이 만들어 싸 주신 만두 대여섯 개, 떡국 한 웅큼을

두꺼운 돌냄비에 소복하게 담고

멸치육수를 넉넉히 부어 끓인 '만두버섯전골'

돌냄비를 사용하면 끓이며 먹지 않아도 식사를 마칠때까지 국물이 뜨겁다.

 

피오나가 특히 좋아하는 소면을 곁들여 먹는 골뱅이 무침.

오이, 상추, 깻잎, 배, 양파,당근, 파, 마늘까지 다듬어 썰어두면

하고자시고 할 것도 없는 골뱅이무침 준비는 끝이다.

고추장 조금, 고춧가루, 매실액기스, 소금,진간장 약간, 참기름, 깨소금, 식초를 넣어

슬렁슬렁 버무리면 된다.

매운 음식 먹을 때 환상적인 모시조개국.

아무것도 더할 필요없이 물만 붓고 끓이다가 맛술,소금간 아주 조금 하고

대접에 담은 후 송송 썬 부추를 띄우면

입안은 뜨거워도 가슴속은 시원한 모시조개국 완성.

 

국수는 삶아 바로 참기름에 살짝 버부려 담는다.

코렐 접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며칠 전

즐겨 사용하던  커다란 도자기 접시를

와장창 깨 버린 바람에 어쩔 수 없이.ㅠ

올 여름 도예교실 특강 때

락도요 선생님 수하로 다시 들어가 만들어 오던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