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Book소리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타박네 2011. 7. 28. 21:46

 

아내가 묻는다.

               당신,진짜로 나와 결혼한 걸 후회해?

               응, 가끔...

난, 만족하는데... 

아주 가끔...

 

이렇게 가끔 후회하는 남편과 아주 가끔 만족하며 사는 부부가 함께 보면 좋을 책.

 

김정운 명지대 교수의 글은 내가 구독하는 신문의 칼럼에서 종종 접하곤 했다.

마음을 파고드는 촌철살인의 한 마디와 더불어

그의 재치있는 입담을 보면서 늘 속으로 탄성만 내지르다가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제목도 그의 이미지 만큼이나 도발적이다.

부제로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란 말이 덧붙지 않았다면

무슨 주간지에서나 봄직한 삼류 소설쯤으로 알았을 거다.

 

어느덧 땅에 떨어져 개도 안 물어갈 헛개비같은 권위는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되었고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과 의무는 버겁기만 한 이 시대의 남자들.

그들에게 김정운 교수는 말한다.

잘 놀아야 행복하다고.

사회적 지위나 정치적 사건을 기억하는 일이 결코 삶의 가치를 높여주지 않는다고.

 

" 식욕, 성욕은 인간의 본질적 욕구가 아니다.

감탄이 인간의 본질적 욕구다.

그래서 인간 문명이 생긴 것이다."

 

여자가 남자들에 비해 장수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감탄을 잘하는 거라고 한다.

사소한 일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걸 무슨 수치스런 일인양 여기는 남자들도

내심 감탄에 목말라 한다.

유흥업소 종업원이 만성비염 환자같은 목소리로 오빠~하고

부르는 한 마디에 감격해 지갑문 활짝 열어제끼는 짓도 어찌보면 

이제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하게 된 감탄사 한 마디 때문일 지도 모른다.

평생을 같은 공간에서 살아왔고 함께 먹고 한이불을 덮고 잤어도

문득문득 그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들에게 꼭 필요한 건

자신만을 위한 놀이 시간과 아내들의 감탄사라고 작가는 강조한다.

 

연말 불우이웃돕기하는 심정으로라도 가끔

와아~정말 멋지네, 당신이 최고야 정도는 해 주면서 살자.

단, 결혼 20년차 이상의 아내라면 맨정신으론 힘들테니

소주 반 병쯤 나발을 불든가 매달 꼬박꼬박 남편에게서 착취하는,

그들의 자존심과 맞바꾼 노동력의 댓가를 떠올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