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Book소리

두근두근 내 인생

타박네 2011. 8. 4. 12:55

김애란 장편소설

바람이 불어 오고

하늘은 높고,

매미의 매끈한 눈동자 위로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는 뭉게구름이 지나가고,

산이 꾸는 꿈 속에서,

매미들은 소리 죽여 노래하는 그해 여름,

그걸 원했고,

그게 필요했고,

그걸 하지 않을 수 없었던 ......   352p

 

그래서 열일곱 살 어린 나이에 자식을 낳은 부모와

태어나 세 살 부터 늙기 시작한 열일곱 조로증 소년 '아름이'.

아름이의 인생 시계는 초고속으로 흐른다.

아무것도 누려보지 못한 그의 청춘은 있었는가 싶게 지나버리고

어느덧 늙고 병들어 죽음이 눈앞에 서성인다.

제 부모의 뜨겁고 치열했던 청춘을 통해 아름이는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세월을 엿보고

아들의 늙고 병든 모습 속에서 그들의 미래 모습을 발견하는 젊은 부모의 이야기는

자칫 신파조로 흐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감동적인 이유는 지극한 슬픔 속에서도

보석처럼 빛이나는 해학이 있기 때문이다.

 

가슴속엔 눈물이 출렁거려도 입가엔 미소가 번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그러니까 너는.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50p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그 사랑을 알아보는 기준이 있어요.

그건 그 사람이 도망치려 한다는 거예요.

엄마, 나는......엄마가 나한테서 도망치려 했다는 걸 알아서,

그 사랑이 진짜인 걸 알아요."  14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