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소설
민승남 옮김
'20세기의 에드거 엘런 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그의 작품들은 작가가 태어난 미국에서보다 유럽에서 더 인기를 누렸으며
알프레드 히치콕, 르네 클레망, 빔 벤더스 등 거장들이 의해 영화화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중 1955년 발표한 <재주꾼 리플리>는 작가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작품으로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로 두 번이나 영화화 되었다.
한 마디로 충격적이다.
이 책의 부작용으로 자칫 동물혐오가가 될 수도 있음을 미리 밝힌다.^^
인간의 다양한 본성들을 동물에 빗대어 표현한 이야기는 흔히 봤지만
철저하게 동물 입장에서 쓴 이야기는 흔치 않다.
원숭이, 고양이, 개 등 반려동물은 물론 서커스단의 코끼리와 사막의 낙타,
심지어 하수구의 쥐나 낡은 호텔에 사는 바퀴벌레까지...
그 동물들이 인간의 탐욕과 광기어린 폭력에 대한 잔인한 복수를 하기 시작했다.
가위 눌릴만치 무서웠던 영화' 링'과 '처키'조차 이 피빛 느와르같은 이야기에 비하면 애교수준.
동물 존중권은 커녕 핍박과 학대와 조롱을 당하다가 끝내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그들 입장에서 보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지만
나 역시 이기적인 인간인지라 잔혹하게 희생 당하는 인간들에 연민과 측은지심이 드는 건 물론
교활하기까지한 동물들의 복수극이 상당히 거북했다.
하지만 개그는 개그일 뿐이고 소설은 소설일 뿐.
얘기가 이렇다하여 이젠 개미 밟을까 노심초사 땅바닥까지 살펴가며 길을 걸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비약까진 하진 말자.
인간에겐 인간적으로 살 권리인 인권인 있듯이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도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가 있음을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
깔때기를 거위의 입에 틀어박고 강제로 먹이를 쑤셔넣어 그 스트레스로 간을 키운 다음 얻어내는 푸아그라,
돼지나 개가 입에 재갈을 물리고 찾아낸 송로버섯, 철갑상어의 알,
단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좁은 우리에 가둬 사육한 소의 꽃등심 등
미식가의 입맛을 위해 잔인한 방법으로 사육,도살되거나 오락이나 돈벌이로 희생되는 동물들 없이
사람과 더불어 평화롭게 공존하는 그런 세상이 되었음 하는 게 내 바람이다.
그래서 나는 영양 불균형으로 환절기마다 버짐꽃 만발하는 얼굴과
회식 자리에서 이제 막 파계하고 속세로 돌아온 스님 보듯하는 불편한 시선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영롱한 눈 달린 동물들을 먹을 생각이 없다. 흐흐~~
듀크 호텔의 어떤 투숙객들을 보면 차라리 바퀴벌레로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난 적어도 그들보다 건강하고 쓰레기를 없애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으니까. 173P
어느 바퀴벌레의 독백이다.
세상엔 바퀴벌레보다 못한 사람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얼척없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