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Book소리

똥개 행진곡

타박네 2012. 2. 14. 21:38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를 연상케 하는 표지 그림이 인상적인

김종광 장편소설 '똥개 행진곡'

오래전 읽었던 '개가 되고 싶지 않은 개' (팔리 모왓)에서 개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인간을 대상으로 고군분투하던 발칙한 개 머트를 만났었지만

이 "똥개 행진곡'의 풍그덴 만큼 쇼킹하진 않았다.

풍그덴, 풍산개의 '풍'과 '그레이트데인'의 "그'와 '데인'을 축약한 이름이다.

각각은 나름 명견의 혈통을 자랑하지만 결국 잡종이란 소리.

인간들 중에도 남다른 초능력을 가진 '초인'이 있듯이

개들 중에서도 비범한 능력을 타고난 '초견'이 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는 시작 된다.

글을 읽고 쓸줄 알며,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고 특정 인간과 의사소통까지 가능한 초견들이

선봉이 되어 개가 개답게 살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투쟁을 선언한다.

"애완견과 똥개를 차별하지 말고 모든 개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달라"

"개와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자"

이것이 인간들 입장에선 개소리에 다름 아닌 그들의 주장이다.

 

"바람처럼 왔다가 보신탕으로 갈 순 없잖아! 우리 개들이 산 흔적일랑 남겨 둬야지.

갈비 수육으로 가뭇없이 먹혀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싸우려고 애썼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똥개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없으면 또 어떠리!"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가사 바꾸기해 부른 풍그덴의 피맺힌 마지막 노래다.

웃기지만 웃을 수가 없다.

 

나라안의 모든 개들, 애완견부터 들개, 사냥개, 경찰견 할것 없이 들고 일어나

명견, 애완견, 잡종 똥개 차별 없는 세상,

개답게 살고 개답게 죽을 권리를 달라는 그들의 투쟁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허망해 보이고

그 개판을 바라보는 인간들 역시 개판이고.

                                              '개한테 지면 개보다 못한 놈,

                                              개하고 비기면 개같은 놈,

                                              이겨봤자 개보다 나은 놈'이라던가.

됐고,

내가 보기엔 개들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게 인간 문제다.

굶어 죽고 매 맞아 죽고 총 맞아 죽고 따돌림 당해 죽고......

불만 많은 세상의 모든 개들아!

사실 우리가 더 급하다.

니들 주장처럼 나도 '인간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자' 호소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그러면 개판보다 더 개판이된 인간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더 아름다워질까?

최소한 '천연기념물 인간' 하면 총부리를 겨누다가도 채찍을 들었다가도 잠시 망설이진 않을까.

하늘과 법이 더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무섭고 막막한 세상에서 살기는 우리도 매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