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과 이웃의 사랑을 접시에 담다.
대부분 지인들이 채취해 조금씩 나눠준 봄나물들인데 조물딱거려 만들고 보니 한상이다.
이렇게 또 먹고 산다.
어찌보면 내가 진정한 프리건일지도 모르겠다.
프리건 (Freegan), 자유를 뜻하는 Free와 채식주의자의 Vegan을 합친 합성어다.
뭐든 넘쳐나는 세상에서 음식도 예외는 아닐 터.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음식을 채취(?)해 먹고사는 사람들을 일컬어 프리건이라고 하는데
음식 쓰레기로 인한 환경 오염과 자원의 낭비를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작은 몸무림이다.
단지 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내 경우 모양 빠지게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며 다니지 않아도
지인들이 먹고도 남을 만한 식재료를 자발적으로 아주 조금씩 집으로 배달해 준다는 것.
달래 부추 홍고추를 넣은 고추장떡. 표시 안나게 된장도 조금 더했다.
초고추장 하나면 끝나는 요리랄 것도 없는 요리.
데친 두릅과 엄나무순 그리고 초고추장으로 새콤달콤하게 무친 돌나물.
개망초의 여린 잎을 살짝 데쳐 찬물에 잠깐 울궈낸 다음
시금치 나물처럼 참기름 깨소금 소금간으로 무친 망촛대 나물.
이 나물은 데쳐 말린 뒤 묵나물로 먹으면 찔깃하고 고소하니 더 맛있지만
이렇게 바로 무쳐도 먹을 만하다.
마트에 채소값이 비싸다고 푸념할 것 없이 잠깐 다리품 팔아 들에 나가면
민들레며 방가지똥이며 질경이 등 신선한 야채들이 그냥 널려 있다.
혼잎나물 (화살나무의 어린 잎)
고추장과 참기름 깨소금 마늘 약간.
쥐눈이콩을 넣어 지은 현미밥과 시레기 된장국
그리고 취나물을 비롯한 산과 들에서 나는 온갖 풀들로 차린 저녁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