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밥상
산나물꾼 되다.
타박네
2012. 5. 18. 20:24
내 아무리 엘레강스 백수 신분이지만
가만 앉아서 제철 채소며 곡식이며 과실을 냉콤냉콤 받아 먹기만 하는 것도
도리는 아니지 싶어 나물하러 가는 지인에게 하루만 데리고 가달라 부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도 딱 한 번 다녀온 것 같다.
도시에서 밀려드는 나물꾼들 손을 타지 않은 깊고깊은 산 속이라
취가 나물이 아니고 나무같아 보일 정도다.
어마하게 크긴 해도 엄청 보드랍고 연하다.
어설픈 나물꾼에게 잡혀온 취나물이 커다란 소쿠리 가득하고도 철철 넘친다.
내친김에 민가로 내려와 약탈을...ㅋ
지인의 집 주변에 널린 두릅, 머위, 엄나무순, 방가지똥과 함께
내가 꼭 맛보고 싶어했던 명아주도 한 움쿰 뜯어 왔다.
나만 보면 무언가를 먹이고 싶어했던 고마운 지인들에게 나눠줄 나물 봉다리.
중증 귀차니스트를 위해선 아예 데쳐서~
저 먼 은하계 내 고향별을 떠나온 지 어언 52년.
아직도 지구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난 별의별 것에 다 알러지 반응을 보인다.
풀섶 좀 헤치고 다녔다고 온 몸이 멍게 말미잘 됐다.
명아주 (비름과의 한해살이 풀, 는장이라고도 한다)
얼음공주님이 참 맛다더라 하시기에 귀가 쫑긋,
천연염색 재료로는 이용해 봤지만 먹는 건 처음.
사실 보기에 식용을 자극할 만한 모양새는 아니다.
하지만 의외로 괜찮다.
살짝 데쳐 집간장과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으로 시금치나물 무치듯 했는데
맛은 거의 비름나물과 흡사하면서도 흙내가 덜나 먹을만 하다.
이로써 내 <산나물, 들나물 사전>에 나물 하나가 추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