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밥상

오로지 나를 위한 능이버섯찌개~

타박네 2012. 9. 24. 21:22

야생버섯의 계절이 돌아왔다.

제작년, 소 뒷걸음에 쥐 잡은 격으로 어쩌다 능이버섯 한덩어리를 채취해 본 경험이 있다.

철푸덕 싼 소똥 같기도 하고 석달열흘 빨지 않은 걸레뭉치 같기도 한 흉측스런 모양새와는 달리 

그 맛은 가히 일품이어서 저잣거리에 떠도는 일 능이, 이 송이, 삼 표고의 급수가 괜한 것은 아니구나 실감했었다.

비명횡사한 남의 살을 먹지 않는 나는 주로 버섯으로 대리만족을 한다.

평소 장을 볼 때도 버섯이라고 이름표 달고 나와 있는 것들은 무조건 쓸어담는 편이고

버섯으로 할 수 있는 101가지 요리도 어쩌면? 가능한 국내 유일의 버섯마니아.^^

마음같아선 당장 장화 꺼내 신고 한걸음에 전문가가 알려준

능이버섯이 많이 난다는 동북방향인지 어딘지로 달려가고 싶지만

올가을 급속한 노화현상을 보이는 몸이 태클을 건다.

 아쉬운대로 지인에게 능이버섯 1kg을 주문해 나홀로 만찬을  열었다.

냄새만 맡아본 자연산 송이버섯. 크아~~~

 

능이버섯 손질법

먼저 버섯의 지저분한 밑둥을 칼로 살살 긁어 버리고 흐르는 물에 흙이나 불순물을 씻어 낸다.

다음, 끓는 물에 데치는데 버섯의 크기에 따라 시간을 달리한다.  

데친 버섯을 결대로 찢었다.

이대로 초고추장이나 기름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버섯 데친 물은 버리지 않고 찌개 국물에 이용한다.

냉동시에도 데쳐낸 물을 조금씩 담아 함께 얼린다.

능이버섯은 특히 소고기와 잘 어울린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은 좀 이기적으로 내 입맛에 맞춰 고기를 뺀 순수 버섯찌개.

느타리버섯과 불린 표고버섯, 팽이버섯 ,얼마전 참나무에서 따 온 목이버섯 그리고

주인공 능이버섯을 냄비에 좌라락 깔고

두부,호박,양파, 대파, 홍고추는 꼴리는 대로 썰어 넣었다.

천일염으로만 간한 고추가루양념 한 숟가락 올리고

마지막으로 멸치다시마육수를 팍 붓고 끓였더니

피오나가 한 마디 한다.

사찰음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