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햇살 보드랍던 어제 오후,베란다 창 밖을 바라보던 남편이 한 혹타브 높은 목소리로 급히 윤진숙을 찾는다.
꼭 윤진숙이라지.췟~
각종 언론에서 떠들썩하던 그 윤진숙 때문에 진작 개명하지 못한 걸 땅을 치며 후회했던 게 얼마 전 까지다.
죽은 놈 소원도 들어준다더구만 멀쩡 살아있는 마누라 원대로 니은 기역 시원하니 털어버리고
지수라 불러주면 좀이나 아름답고 훈훈한가 말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남을 날들이 찌글리는 마당이라 더이상 개명개명 노래는 안 한다만
참 언제 들어도 기분 꿀꿀한 그 이름 윤진숙이다.
암튼 부르니 쪼로로 달려가보긴 했다.
이것 봐, 봄이라고 버들강아지가 폈네?
감동어린 남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헐~
겨우내 보송한 털에 쌓여있던 목련 꽃망울이다.
아이고, 이 갑갑한 양반아! 저게 버들강아지로 보이나?
호랑이 채식하는 소리 하려고 바쁜 사람 불렀나?
하얗게 눈을 흘기고 돌아섰다.
자, 오늘 어디 자연 공부나 하러 갑시다.
지모콘씨를 부여잡고 씨름하는 남편을 제비 몰듯 몰아 앞장 세우고 당도한 지장산 자락.
다음 주말 동아리 회원들과 탐사 예정이 되어 있으나 어쩐지... 혹시나? 그럴지도...
파르르 떨리는 촉을 무시할 수도 없고 해서 가볍게 산책이나 좀 하자한 것이었는데,
그럼 그렇지.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 덕분인가.
양지쪽엔 이미 샛노란 복수초들이 와글와글하다.
군데군데 아침 햇살에 세수한 너도바람꽃의 말간 얼굴도 보인다.
건 그렇고, 이참에 자리 깔고 깃대봉 세우고 요령 좀 흔들면서 투잡이나 뛰어볼까 싶다. ^^
미세먼지로 한동안 속 터지게 갑갑하던 하늘이 뻥 뚫렸다.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