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다롱이가 사라졌다.

타박네 2014. 4. 1. 09:50

 

십여년 전 사거리 대로에서 맞닥뜨린 미친개와

잠시 내 품에 머물다 떠난 '단지'의 기억은

비록 상반된 감정이나

마음 속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개는 내게 있어 공포와 동시에 연민의 대상이다.

사람이라고 다르지 않다.

 

주인 어르신께 강아지들 이름을 여쭸다.

한꺼번에 다롱이란다.

다롱아 하고 부르면 늘 함께 뛰어오니

굳이 따로 이름 지어 줄 필요가 없었단다.

몸집이 조금 작은 어미와 수컷 새끼는

마치 샴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며 눈밭을 뒹굴기도 하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낮잠에 빠져 있곤 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다롱이 한 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어미는 부쩍 여위었다.

무슨 일이 있었니?

기어이 이유을 캐낼 심산으로 그 앞에 쪼그려 앉았는 나를 보고는

연탄집 어르신이 나오신다.

며칠 전 살이 통통 오른 새끼 다롱이를

누가 집어갔다며 어미 눈치를 살피신다.

상심한 어미는 먹이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다

이제 겨우 기운을 좀 차렸다고.

잡아 먹었으면 벌써 똥 됐을 거라고.

다롱이에게서 거둔 허망한 시선이 뿌연 하늘을 더듬는다.

저만의 온전한 이름 하나 없이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던 개 한 마리가 사라진 골목에

개나리꽃이 환하게 피었다.

잔인한 4월이다.